“이 운동화 신고 건강해야돼” 한톨나눔축제 성황

“이 운동화 신고 건강해야돼” 한톨나눔축제 성황

기사승인 2009-06-07 17:03:00

[쿠키 사회] 손바닥만한 편지지 위로 볼펜을 쥔 손이 빠르게 움직였다. 구본희(15·서울 온곡중3)양은 “I decorated this shoes for you. I hope you like this shoes. And be happy, be healthy(내가 이 운동화를 꾸몄어. 운동화가 맘에 들었으면 좋겠다. 행복하고 건강하렴).”라고 썼다. 운동화는 얼굴 모르는 아프리카 한 어린이의 발에 신겨질 것이다. 구양은 “그 친구가 신발을 신어서 발에 병이 나지 말라고 기도했다”고 말했다.

구양은 6일 국민일보와 국제구호단체 기아대책이 서울 잠실동 올림픽주경기장에서 개최한 ‘한톨나눔축제’에 참가했다. 빈곤으로 고통받는 해외 어린이에게 보낼 구호 물품을 직접 만들고 포장했다. 중·고교생 2만8000여명이 같은 체험을 했다. 학생들은 주최측이 나눠준 ‘HOPE IN HANDS(두손으로 만드는 희망)’가 쓰여 있는 흰색 티셔츠를 입고 있었다.

‘PEACE ZONE(평화 지역)’이라고 쓰인 애드벌룬 아래 천막에서는 노란색 선물 상자가 연달아 만들어졌다. 참가자들은 10명씩 한조로 책상에 앉아 대학생 자원봉사자를 쳐다봤다. “아프리카는 전쟁 중입니다. 전쟁이 끝나면 아이들이 행복해질까요? 우리는 웃음과 즐거움을 선사할 놀이키트를 만들어 보낼 거에요.”라는 말에 10명 얼굴에 흐르던 땀이 멈췄다.

참가자들은 “정성스럽게 종이를 접어주세요”라는 안내에 따라 A3용지의 두 배쯤 되는 노란색 종이로 상자를 만들었다. 5명은 장난감을 넣을 상자를, 나머지 5명은 뚜껑을 만들어 상자 5개가 완성됐다. 그 안에 색종이, 나무 블럭, 장난감 자동차, 플라스틱 공 등이 들어갔다. 최민수(13·서울 마포중1)군은 “아프리카 친구들이 불쌍해서 예쁘게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EDUCATION ZONE(교육 지역)’에서는 종이가 공책으로 탈바꿈했다. 학생들은 끈으로 엮어 만든 만든 공책 앞에 ‘From ○○○’라고 자신의 이름을 적었다. 빨갛고 파란 스탬프 잉크를 손가락 끝에 묻혀 공책 표지를 꾸몄다. 정승우 기아대책 홍보 3팀장은 “지장으로 희망서약을 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HEALTH ZONE(건강 지역)’에서 참가자들은 여러 색의 매직으로 각자 운동화 한짝에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렸다. 운동화 1만4000여 켤레는 스포츠용품 기업인 스코노코리아가 제공했다. 학생들은 “아프리카에서는 아이들이 맨발로 다니거나 폐타이어를 활용한 신발을 신는다”는 말에 놀란듯 입을 다물지 못했다.

기아대책은 참가자들이 만들고 포장한 구호 물품을 그 자리에서 운송용 컨테이너에 실었다. 운동화와 놀이키트 1만4000여개, 공책 6만여권이다. 물품은 아프리카 부르키나파소와 파라과이, 필리핀으로 간다. 정정섭 기아대책 회장은 “직접 손을 움직이는 체험을 통해 전세계 굶주린 어린이를 사랑하는 법을 청소년에게 가르쳤다는 사실이 의미 있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
권기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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