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록강을 가다] 어린이 300명 태운 北유람선 묘한 풍경

[압록강을 가다] 어린이 300명 태운 北유람선 묘한 풍경

기사승인 2009-06-07 21:19:01


[쿠키 사회] 지난 6일 오전 10시30분쯤 북한과 중국을 가르며 흐르는 압록강에 북한 국기인 인공기를 꽂은 2층 유람선이 떴다.

남색 뱃머리에 흰색 페인트로 'C-객-3298'이라고 찍힌 유람선의 1, 2층 갑판은 어린이 300여명으로 꽉 차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사이사이 인솔 교사로 보이는 어른들이 서 있었다. 중국쪽 강변에 바짝 붙어 시속 10∼20㎞로 다가오는 배는 아이들의 웃음과 이야기 소리로 왁자지껄했다. 건너편 선착장에서 손을 흔들어주자 아이들은 난간에 몸을 딱 붙인 채 손을 흔들고 환호성을 질렀다. 함박웃음을 띤 아이들의 얼굴에서는 얼어붙은 한반도 주변 분위기를 염려하는 기색은 없었다. 북한의 2차 핵실험 이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준비, 북한 경비정의 서해 북방한계선(NLL) 침범으로 이어지는 팽팽한 긴장감과 좀처럼 어울리지 않는 풍경이었다.

중국 랴오닝성 단둥은 폭이 최대 800m인 압록강을 사이에 두고 평안북도 신의주와 마주보는 지역이다. 강 건너 북측 건물과 사람이 보이는 강변은 삼삼오오 몰려든 관광객으로 붐볐다. 단둥 선착장에서 출발하는 중국 유람선을 타면 긴 타원을 그리며 돌다가 북측 강변에서 100여m 떨어진 곳까지 갈 수 있다. 압록강에 좀처럼 배를 띄우지 않는 북한이지만 이날은 이 경로를 방향만 바꾼 채 유람선을 운행토록 했다.

현지 가이드는 "6월1일 국제아동절을 맞아 주말에 소풍나온 것으로 보인다"며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생일이나 해방전쟁 승리 기념일같이 큰 명절 때나 유람선를 띄우는데 그것도 매번 볼 수 있는 광경은 아니다"고 말했다. 흔치 않다는 가이드의 말에 '후계구도를 완성을 앞두고 민심을 다독이는 이벤트는 아닐까'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아이들을 태운 유람선은 신의주 선착장에서 출발해 하류로 1㎞쯤 가다 오른쪽으로 선회해 단둥 쪽으로 붙었다. 단둥 선착장에서 유람선이 뜨길 기다리는 관광객들은 저마다 손을 흔들거나 사진을 찍었다. 한국인 관광객 김모(53)씨는 "현대화된 단둥 시내와 자유롭게 거리를 활보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아이들이 무슨 생각을 할지 궁금하다"며 생각에 잠겼다. 현재 단둥은 신도시로 거듭나기 위해 거리에 새 보도블록을 깔고 기존 건물을 리모델링하는 등 새단장이 한창이다.

단둥 쪽에 붙어 상류를 거슬러 오르던 배는 한국전쟁 때 포격으로 절반이 끊긴 압록강철교 아래를 통과했다. 가설 당시 철교는 신의주에서 단둥까지 이어졌지만 지금은 9개 아치형 구간 중 북측에서 뻗어와야 할 5개 구간이 사라진 채 석조 버팀목만 남아 있다. 단둥에서 뻗어 압록강 한가운데서 끝나는 4개 구간은 중국의 관광 명소로 탈바꿈했다. 중국 돈으로 20위안, 한국 돈으로 4000원에 조금 못 미치는 입장료를 내면 곳곳에 계란 크기의 총탄 자국이 남아 있는 다리를 걸을 수 있다.

다리를 지난 배는 하류 방향으로 선회해 신의주 쪽 강변에 붙어 평행선을 그렸다. 일부 관광객이 탄 모터보트는 그 뒤를 따라붙으려는 듯했으나 이내 뱃머리를 돌려 돌아왔다. 신의주 선착장에 정박한 북한 유람선에서 아이들이 쏟아져 내렸다. 그 너머로 듬성듬성 세워진 건물이 보였다. 몇몇 벽면에는 빨강 바탕에 흰색으로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는 영원히 우리와 함께 계신다' '21세기의 태양 김정일 장군 만세'라고 쓰인 플래카드가 붙어 있었다. 단둥=국민일보 쿠키뉴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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