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꽃 피는 국수가게…운영 이익금 환원하는 노인들

사랑이 꽃 피는 국수가게…운영 이익금 환원하는 노인들

기사승인 2009-06-15 00:20:01


[쿠키 사회] 15일 서울 방화3동 지하철 5호선 방화역 인근 9층짜리 상가 건물 1층에 자리잡은 39.6㎡(12평) 국수가게 ‘동화마을잔칫날 국수전문점’. 한꺼번에 30명이 넘는 손님을 받을 수 없는 좁은 실내에 메뉴는 비빔국수와 잔치국수 2가지 뿐인데도 가게 앞은 손님들로 북적였다.

길게 늘어선 줄 속에는 여의도나 신림동에서 먼길을 마다 않고 찾은 사람들도 있었다. 평일에는 하루 평균 400명, 토요일에는 700명이 가게를 찾는다. 손님 심영숙(49·여)씨는 “맛있다고 소문이 나 인근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다”며 “맛보다 더 큰 비밀이 가게 이름에 숨어 있다”고 말했다.

이 곳에서는 가게 이름처럼 매일 동화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 가게에서 김치 담그기, 홀 서빙, 주방 일 등은 모두 머리가 희끗희끗한 할머니, 할아버지들 차지다. 자원봉사를 하러 오는 인근 주민 20명을 빼면 60대 이상 노인 10여명이 모든 일을 처리한다. 가게 주인은 마을 주민 전부다.

가게는 지난 3월16일 지역노인 일자리 창출을 목표로 문을 열었다. 동네 영신교회 이재욱 목사가 아이디어를 냈다. 건물 임대료·시설비 7000여만원은 영신교회 신도들 모금과 강서구 지원금으로 해결했다. 자원봉사자로 지역 주민들이 참여하고, 월급 20만원에 마을 노인들이 채용됐다. 홀 서빙을 맡고 있는 조숙희(62)씨는 “모두가 신이 나서 일하기 때문에 보통 2∼3시간 정도인 자기 근무 시간이 끝나도 남아서 일을 거드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 가게를 찾는 손님들은 항상 “좀 적게 주세요”라는 말을 입에 달고 있다. 돈벌이가 목적이 아니라서 인심이 후하다. 국수와 반찬을 무제한으로 채워주기 때문에 욕심 낼 이유가 없다.

매주 월∼토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9시까지 문을 여는 이 가게 한달 수익은 700만원대. 다음달부터는 수익금이 조금 더 늘 전망이다. 3, 4월 지출과 수입 내역을 꼼꼼하게 적은 ‘성적표’는 최근 주민들에게 우편으로 보내졌다.

강서구와 영신교회는 그동안 쌓은 수익금 2000여만원을 노일 일자리 창출에 쓸 생각이다. ‘동화마을 실버순찰대’를 만들어 학교 앞을 순찰하자는 구상이다.

보건복지가족부는 올해 예산 1444억원을 들여 65세 이상 노인 일자리 19만6000개를 만들 계획이다. 동화마을 국수가게는 한톨의 밀알로 노인 일자리 10개 뿐만 아니라 수익금으로 다시 더 많은 노인에게 일자리를 줄 수 있게 됐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양진영 기자
hans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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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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