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사회] 서울대학교가 그동안 논란이 된 폴리페서에 칼을 빼들었다. 서울대는 국회의원 등 선출직에 도전하는 교수들은 학기 시작 전에 휴직계를 제출하도록 했다. 폴리페서란 국회·내각·지방자치단체 등의 공직에 진출하면서도 대학에 직위를 유지하는 교수들을 지칭하는 말이다.
폴리페서는 수업권 침해라는 문제 때문에 대학가에 뜨거운 이슈다. 선거운동을 위해 강의를 폐·휴강시키는 등 부작용이 속출했다. 하지만 대학마다 갖가지 이유로 동상이몽격 해법을 내놓고 있다.
서울대는 규정심의소위원회가 휴직 내규 초안을 만들었다고 15일 밝혔다. 초안은 규정심의위원회 본위원회, 학장회의, 평의원회를 거쳐 총장 결재가 나면 오는 2학기부터 시행된다. 서울대는 이제까지 폴리페서를 제한하는 내부 규칙이 없었다. 국회의원이나 지방자치단체장에 출마하는 서울대 교수들의 경우 학기 중 출마를 결정해 수업을 소홀히 하더라도 마땅한 제재 명분이 없었다.
내규 초안에 따르면 선거에 출마하는 교수들은 학기 전 휴직계를 제출해야 한다. 선출직에 나서 당선된 교수가 재선을 위해 휴직계를 다시 내는 것은 금지했다. 그러나 비례대표 국회의원 및 지방의원 출마자는 휴직계를 내지 않아도 되고, 장관 등 임명직은 학기 중에도 휴직할 수 있도록 했다.
내규 초안이 교수들의 정치 참여에 따른 수업권 침해를 방지할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휴직계가 면죄부가 될 수 있는데다, 지난해 10월 서울대 개혁파 교수들이 요구했던 ‘폴리페서들의 복직 제한’제안은 실정법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공직출마시 사임 규정 도입’ 안도 제외됐다. 서울대 공대 강태진 학장은 “교수들의 공직 출마는 최소한도로만 허용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각 대학별 폴리페서 규정은 천차만별이다. 성균관대는 지자체장이나 국회의원에 출마하면 사직, 임명직 공무원이 되거나 비례대표 국회의원에 출마할 경우에는 전공 하나에 교수 1명에 한해 휴직을 인정하고 있다.
이에 반해 연세대와 고려대는 교수들의 정치 참여 등에 관한 구체적인 규정이나 학칙이 아직 없다. 연세대는 정치 참여와 수업권 보장을 놓고 원론적인 얘기만 되풀이하고 있다. 고려대 관계자는 “구체적인 규정을 만들 예정이지만 폴리페서를 규제하는 것이 아닌 풀어주는 쪽이 될 것”이라며 “교수들의 정치 참여를 무조건 막을 수는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황영민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 간사는 “학기 전에 휴직계를 제출하도록 한 것은 학생의 수업권 측면에서 나름 진전된 부분은 있다. 하지만 당선이 되고 난 후 몇 년 간 학생들의 수업권은 보장되지 않는 문제는 남는다”며 근본적 해법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양진영 조국현 권지혜 기자
hansin@kmib.co.kr
▶뭔데 그래◀ 김대중 전 대통령의 독재 발언 어떻게 보십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