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경제] 이명박 대통령의 미국 방문에서 가장 중요한 목표 중 하나는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비준의 초석을 다지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간) 미국 행정부의 실세 장관들을 잇따라 만나 한·미 FTA 조기 비준에 대해 공감대를 이끌어냈다.
이 대통령이 숙소에 도착한 뒤 처음으로 이 대통령을 예방한 이는 론 커크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였다. 한·미 FTA 비준 문제에 대한 양국의 관심을 보여주는 것으로도 해석된다.
이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미국이 한·미 FTA를 경제에 초점을 맞춰서 논의하는 것보다 동아시아 전체에 대한 전략적 가치를 고려해 비준시키길 희망한다는 뜻을 표명했다. 경제적 효과 외에 한·미 동맹과 미국의 동아시아 내 역할 등 전략적 측면까지 들어 한·미 FTA의 중요성을 강조한 점은 우리 정부의 조기 비준 의지를 재천명한 것으로 해석된다. 2007년 FTA 협상 타결 이후 의회 비준문제를 놓고 2년 이상 답보상태를 거듭해온 상황의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한 셈이다.
커크 대표는 이에 대해 “미국 국민에게 한·미 FTA가 미국의 국익에 부합하며 일자리 창출을 통해 경제위기 극복에 분명히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점을 설명하고 강력히 추진할 것”이라고 화답했다.
이 대통령은 오바마 행정부의 실세인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과도 FTA 문제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했다. 특히 클린턴 장관은 의회 지지를 얻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점을 강조했다. 대선 전 미국 자동차산업 피해를 우려해 한·미 FTA 재검토를 시사했던 오바마 행정부의 태도가 상당히 변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대목이다.
게리 로크 미 상무부 장관도 이윤호 지식경제부 장관과의 회담에서 “지난 4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한·미 FTA의 진전을 위해 협력키로 한 만큼 진전이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미 의회 일부가 한·미 FTA를 부정적으로 보는 경우가 있는데 이를 설득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 대통령을 예방한 자리에서 미국의 주요 각료들이 한 목소리로 ‘한·미 FTA 조기 비준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뜻을 표시함에 따라 조기 비준에 청신호가 켜진 것 아니냐는 희망섞인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여전히 일각에선 조기 비준 전망에 고개를 가로젓고 있다. 미 행정부의 의지와 무관하게 의회를 설득하는 일이 쉽지 않을 것이란 예상이다.
한편 한·미 양국은 정부 간 경제·산업 협력방안을 공식 논의할 ‘한·미 산업협력위원회’도 설치하고 이를 통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보호주의 조치, 녹색기술 협력 등 주요 경제협력 사안을 공식 논의할 예정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정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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