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사 필리핀 며느리 “집에선 억척 주부… 동네에선 영어 선생님”

천사 필리핀 며느리 “집에선 억척 주부… 동네에선 영어 선생님”

기사승인 2009-06-17 23:07:00


[쿠키 사회] "그동안의 삶이 힘들기는 했지만 보람도 있었습니다. 우리 가족 뿐 아니라 마을 모든 어른들의 며느리로 사랑받으며 화목하게 살아가는 것이 삶의 행복이며 목표입니다."

'제1회 외환 다문화가정 대상' 본상 수상자로 선정된 빌마 톨멘토몬테네그로(38·여)씨는 필리핀에서 경북 예천으로 시집온 '천사표' 억척 주부다.

그의 한국생할은 척박했다. 필리핀 농가에서 5남3녀가운데 셋째(둘째딸)로 태어나 대학에서 교육학까지 전공하다 가정형편 때문에 2년만에 수료한 빌마씨는 대신 한국행을 택했다.

1999년 2월 예천군 호명면의 시골농가로 시집왔지만 그를 반긴 것은 말을 못하는 시어머니와 정신지체인 시누이, 당시 88세의 시할머니와 38세 노총각 시동생 이었다. 여기에다 기초생활 수급대상자로 감자농사를 근근히 짓고 있었다. 끝이 보이지 않는 빈곤 그 자체였다. 이 때문에 지난해 아버지(77)가 세상을 떠났을 때도 필리핀에 가보지 못해 마음 한 구석은 항상 죄인 심정이었다.

그러나 빌마씨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한마디 불평없이 시어머니와 시누이를 친정 식구보다 더한 정성으로 보살폈다. 한국말이 서툴러 말 못하는 시어머니를 봉양하기 위해선 극도의 집중력과 인내가 요구됐다. 남편 모르게 훔친 눈물이 마를 겨를이 없었지만 노력이 헛되지 않아 집안에서만 생활하던 시어머니와 시누이가 바깥출입을 시작했다. 대인기피증이 사라지면서 눈빛과 몸짓으로 의사소통도 가능해졌다.

집안이 안정되자 그는 한국문화에 눈을 돌렸다. 바쁜 농사일 중에도 틈틈이 우리 문화를 알기 위해 세미나를 찾고, 한국문화와 관련된 것이라면 언제든지 달려갔다. '감사합니다'라는 말을 버릇처럼 달고 사는 그는 예천군에서 주는 '스마일상'도 받았다.

우리 문화를 익힌 그는 요즘 마을 학생들에게 노래를 통해 영어를 가르치는 봉사활동도 펼친다. 동네 주민들은 "빌마의 열정과 천사같은 품성에 이웃들의 행복이 배가 됐다"고 입을 모았다.

군이 주선한 농촌총각 장가보내기 운동으로 보석같은 신부를 얻은 남편 신문화(50)씨는 "힘들지 않은 것이 아무 것도 없는 척박한 환경속에서 가족을 위해 헌신하는 아내가 대견스럽다"며 "더욱 더 사랑하고 보듬으며 살아가겠다"고 말했다. 빌마씨에게는 작은 소망이 하나있다. 24일 서울 을지로 외환은행 본점에서 열리는 시상식에서 받은 800만원의 상금으로 친청에 한번 가자고 남편을 조를 생각이다. 그는 3년 전 딸 세민이와 함께 시집온 뒤 처음으로 친정에 다녀온 뒤 아직 고향에 가지 못했다.

온 가족이 인근 효명교회에 출석하지만 최근에는 농사일 때문에 딸만 보내는 것이 항상 죄스럽다고 되뇌었다. "농번기가 끝나면 가족 모두 교회에 나갈 계획"이라고 밝힌 빌마씨는 김치찌게가 가장 자신있은 한국 음식이라며 활짝 웃었다. 예천=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재산 기자
jskimkb@kmib.co.kr

▶뭔데 그래◀ 김대중 전 대통령의 독재 발언 어떻게 보십니까

김재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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