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경제] 미국이 17일 금융감독 시스템 개편 방안을 발표함에 따라 한국은행의 감독권 문제로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금융감독체제 개편 논의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중앙은행 격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에 강력한 감독 기능을 부여함에 따라 이에 대한 해석이 벌써부터 분분하다.
◇금융감독체제 개편은?=금융감독체제 개편 방향을 놓고 갈등을 보여온 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은 미국의 개편 방안에 대해 18일 다른 해석을 내놨다. 한은 관계자는 "FRB에 대한 권한을 강화한 것이 특징"이라며 "전 세계가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시스템 전체를 보고 거시건전성 감독을 진행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과 일맥상통한다"고 말했다. 중앙은행이 거시건전성 감독을 담당하는 추세라며 한은의 거시건전성 감독 기능 강화를 강조한 것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미국은 중앙은행(FRB)에 감독 기능이 주어져 있는 상황에서 더 권한을 강화한 것이고 우리는 감독 기능이 중앙은행에서 분리돼 있는 만큼 상황이 다르다"며 "이번 미국 개편 방안의 핵심은 감독 기능을 통합하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통합 감독기구인 금감원에 힘을 실어야 한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어떻게 하면 더 경제에 도움이 되느냐를 먼저 따져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건호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10년 전 감독기구는 통합하고 중앙은행은 통화관리에 전념하도록 하는 체계를 만든 것은 정보교류가 원활하면 문제될 게 없다는 판단 때문이었다"며 "양 기관이 어떻게 협력할 것이냐가 핵심"이라고 말했다.
김홍범 경상대 경제학과 교수는 "어느 기관이 더 많이 갖느냐 덜 갖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누가 권한을 갖든 국민 경제에 도움이 되는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며 "한은법만 고민할 게 아니라 금융부처 개편까지 염두에 두고 밑그림을 다시 그려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은법 개정 논의는?=실질적인 한은법 개정 문제는 기획재정부와 한은, 금융위원회, 금감원이 견해차를 좁히지 못함에 따라 대통령 자문기구인 국민경제자문회의가 조율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사실상 청와대가 나서는 셈이다.
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국민경제자문회의의 자문을 구한 뒤 재정부가 절충안을 마련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문회의 내에 한은과 금융위 등 관련기관 당사자들이 참여하는 별도 태스크포스(TF)를 꾸려 논의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금감원 관계자는 "개편 논의는 정보공유 공동검사와 관련한 양해각서(MOU) 개선작업 및 한은법 개정을 포함한 감독체계의 전반적 개편 등 거시적인 문제 등 크게 두 가닥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MOU 개선작업은 6월 말까지 완료될 예정인데 한은과 금감원 간 정보공유의 폭을 현재보다 확대하고 공동검사를 실질화하는 쪽으로 방향이 잡혔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정승훈 황일송 정동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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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데 그래◀ 김대중 전 대통령의 독재 발언 어떻게 보십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