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지구촌] 지난 1월 16세가 된 여고 2년생 브룩 그린버그의 몸에서 자라는 것은 머릿카락과 손톱, 발톱 뿐이다. 브룩의 키는 76㎝, 몸무게는 7㎏. 생후 6개월 상태 그대로다. 두 언니와 동생 한명이 꼬마에서 숙녀로 자라는 동안 브룩은 10년 넘게 똑같은 잠옷을 입고 있다. 브룩에게 시간은 멈춰있다.
의학계를 놀라게 한, 자라지 않는 아이 브룩 이야기가 23일 abc방송에 소개됐다. 외모는 6개월 영아지만 브룩의 모든 신체기관이 같은 시간대를 살고 있는 건 아니다. 과학저널에 브룩 케이스를 보고한 사우스플로리다대 의과대학 리처드 워커 박사는 “브룩의 몸은 통일된 기관이 아니라 독립된 개체처럼 따로 발달한다”며 “아직 유치가 있고, 뼈의 나이는 10세 안팎, 뇌 발달은 유아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정상인으로 살기 위한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의사 처방으로 6개월간이나 성장호르몬 요법을 받았지만 브룩의 키는 1㎝도 자라지 않았다. 브룩은 생후 6년간 수 차례 죽음의 고비를 넘겼다. 천공성 위궤양으로 수술을 7차례나 했고 뇌경련으로 생사를 넘나들었다. 기면(嗜眠·외계의 자극에 응하는 힘이 약해져서 수면상태에 빠져드는 일)에 빠져 14일간이나 잠을 자기도 했다. 의사는 뇌종양이라고 진단했고 가족들은 관을 준비했다.
그러나 며칠 뒤 브룩은 눈을 떴고 종양은 감쪽같이 사라졌다. 아무도 브룩의 갑작스런 잠과 종양을 설명하지 못했다. 부모들은 살아있는 브룩을 그저 감사히 받아들이기로 했다.
성장을 포기하고 나서 가족들은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왔다. 브룩은 인근 특수학교에 다니고, 엄마와 함께 쇼핑하고, 자매들과 시간을 보낸다. 가끔은 젖먹이 외모에 감춰진 사춘기 소녀의 감성을 드러내기도 한다. 브룩의 둘째 언니 케이틀린(19)은 “외모는 아기지만 반항하는 성격은 열여섯 소녀가 맞다”며 웃었다.
워커 연구팀은 브룩의 DNA를 연구해 노화의 비밀을 밝힐 돌연변이 유전자를 찾고 있다. 부모는 “만약 브룩이 열쇠를 갖고 있다면 놀라운 일이 될 것”이라며 “딸은 이걸 위해 태어났는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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