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크엔드라운지] ‘짝퉁’ 단속 최전선 인천본부세관 24시

[위크엔드라운지] ‘짝퉁’ 단속 최전선 인천본부세관 24시

기사승인 2009-06-26 17:40:00


[쿠키 경제] '짝퉁'이란 말은 국어사전에는 없다. 가짜, 모조품, 유사품, 이미테이션이란 뜻을 담아 새로 만들어진 신조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린이들도 짝퉁을 잘 알고 있다. 짝퉁 제품이 얼마나 우리 생활 깊숙이 들어와있는 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관세청 조사총괄과에 따르면 짝퉁 밀수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지난 2007년 짝퉁 압수 규모는 진품환산가 기준으로 6803억원이었으나 2008년엔 9344억원으로 크게 증가했다. 올해는 1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인천광역시 항동에 위치한 인천본부세관은 인천항을 관할하는 곳으로 짝통 밀수와의 전쟁이 벌어지는 최전선이다. 우리나라로 몰래 들여오는 짝퉁의 절반 이상이 이곳에서 적발된다. 짝퉁 생산이 많은 중국과 인접한데다 짝통 밀수 대부분이 비용이 저렴한 선박을 이용하기 때문이다.

지난 25일 인천항의 컨테이너 검색센터. 컨테이너 한 량을 통째로 X선으로 스캔해서 살펴볼 수 있는 이곳은 짝퉁 단속에서 가장 중요한 현장이다. 밀수범들이 비교적 수입 절차가 간단하다는 점을 악용, 컨테이너를 통한 밀수를 노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모니터를 뚫어져라 응시하고 있던 인천본부세관 화물정보분석과의 판독요원 최정례(여·53) 계장은 최근 일본도(刀) 500점을 밀수해오던 컨테이너를 적발했다. 최 계장은 "가구 골동품으로 신고되어 있었는데 모니터 상으로 차곡차곡 쌓여있는 물품 중에 둥근 손잡이 부분이 희미하게 보여 정밀검사를 의뢰했다"고 말했다.

검색센터 판독요원들은 한 컨테이너에 대해 2∼3명이 서로 돌아가며 복수로 판독한다. 한 사람이 섣불리 '이상없다'고 판독할 경우를 막기 위해서다. 컨테이너가 크고 넓어 공항의 개인물품 검색처럼 물체가 선명하게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판독자의 노하우와 판단력이 중요하다. 꼼꼼하고 세밀한 성격이 요구되기 때문에 판독요원은 전원 여성으로 구성돼 있다.

화물정보분석과 김재희(59) 과장은 "모든 컨테이너를 다 검색할 수 없어 정보 분석과 컨테이너 선별 작업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처음 수입하는 업체, 과거 밀수나 짝퉁 수입 전력이 있는 업체 등은 예외가 없다.

짝퉁 수입업자들은 컨테이너 문 앞쪽에는 정상적인 물품을 배치하고 뒤쪽에는 밀수품을 숨겨놓는 '커튼 치기' 수법을 많이 사용한다. 최근에는 수백 개의 포장 박스 중 일부에만 짝퉁을 숨겨 들어오는 수법을 사용하는 경우가 잦다. 지난 4월 구속된 김모(27)씨는 대리석 2점을 컨테이너에 실어 수입하는 것으로 신고했지만 검색에서 대리석 가운데의 음영이 표면과 다르게 나타났다. 정밀검사 결과 대리석 내부를 파내고 돌 안에 숨겨놨던 짝퉁 발기부전치료제 20만정을 찾아냈다.

적발된 짝퉁 제품들은 창고로 옮겨진다. 인천본부세관 1·2창고에는 적발된 짝퉁과 밀수품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샤넬 구두, 루이비통 가방이 굴러다니고 장식장 서랍엔 로렉스 시계가 가득 차 있다. 밀수로 들여오다 적발된 물품 중 진짜 명품은 공매돼 국고에 귀속되지만 짝퉁은 처리할 때도 짝퉁 대접을 받는다. 모두 불구덩이 속으로 들어가 폐기 처리된다.

수출입 과정에서만 짝퉁이 적발되는 것은 아니다. 각 세관에는 5명 정도로 구성된 수사반이 다수 배치돼 있다. 인천본부세관 소속 한영규(52) 수사반장은 밀수품과 짝퉁 수사만 20여년을 해온 베테랑이다. 지난 2002년 처음으로 짝퉁 담배를 적발, 세계 언론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세관 소속 수사반원들의 일상은 일반 경찰서 형사반과 비슷하다. 평상시엔 의뢰가 들어온 상품의 지적재산권 위반 여부를 조사하다가 짝퉁 물품이나 위반자 정보를 수집하면 긴박하게 움직인다. 회의를 소집하고 현장 적발을 위해 며칠씩 밤을 새며 추적해 검거한다. 검거한 짝퉁 업자들의 동업자 등으로부터 "죽여버리겠다"는 위협을 받는 경우도 다반사다.

짝퉁 단속 수사반은 교육을 받는 것도 중요한 업무다. 관세청 자체 교육에다 특허청의 지적 재산권 교육은 물론 상표권자로부터 신상품 정보·짝퉁 구별법 등도 업그레이드해가며 배워야 한다. 인터뷰가 마무리될 때 쯤 갑자기 한 반장이 물었다. "혹시 아베크롬비 아세요?"

검색을 해보고서야 아베크롬비가 청바지와 티셔츠 등으로 젊은 층에게 인기를 끌고 있는 의류 브랜드라는 것을 알았다. 새롭게 부상하는 인기 브랜드 단속이 가장 힘들다는 한 반장의 얘기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소비자는 아는데 수사관들이 모른다면 짝퉁 단속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인천=국민일보 쿠키뉴스 정승훈 기자
shjung@kmib.co.kr
정승훈 기자
shjung@kmib.co.kr
정승훈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