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팬들은 KBO 인터넷 게시판에 몰려들어 이런 결정에 대해 맹렬히 비난을 퍼붓고 있다. 한마디로 야박하다는 주장이다. 류모씨는 “꼬마에게 공을 던져주는 시간은 단 1초, 그 공을 받은 꼬마가 기뻐할 시간은 평생이다”라고 꼬집었다. 야구장에 데려온 아이에게 공을 얻어주려고 이리 뛰고 저리 뛰며 때로는 굽실거리고 함성을 지르는 점잖은 ‘부산 사나이’들의 부정을 아느냐고 묻기도 했다.
KBO 규칙위원회는 벤치·대기 타석·불펜에 들어가는 선수의 수와, 경기 도중 항의 또는 선수단 철수에 대해 규제하는 대회 요강을 엄격히 집행한다고 밝혔다. 경기가 늘어져 관객들의 흥미를 반감시킨다는 게 주된 이유였다.
이 가운데 야구팬들이 가장 반발하고 나선 것은 스피드 업 규정 12항 “경기중 대회사용구를 관중에게 던지는 선수에게는 제재금을 과한다”는 조항이다. 항의 글의 대부분은 공을 던져주는 것이 경기 진행시간을 단축하는 데 얼마나 실효성이 있느냐는 주장을 담고 있다.
현재 프로야구 8개 구단 대부분의 선수들은 공수 교대가 되는 3아웃째 공을 잡을 경우 관중석으로 공을 던져준다. 홈런 볼과 파울 타구를 잡는 것과 함께 관중들이 야구공을 잡아갈 수 있는 몇 안 되는 기회이다. 외야수의 경우 공을 처리한 뒤 몸을 돌려 관중석에 공을 던져주고 덕아웃을 향한다. 파울 플라이를 잡은 내야수들은 그 자리에서 그물망 너머로 내야 관중석에 공을 던져주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야구팬들의 지적대로 야구공을 관중석에 던지는데 드는 시간은 1초 안팎이다.
성난 야구팬들은 “KBO가 옹색하다”며 ‘야구장 보이콧’을 주장하는 한편, 항의 표시로 파울볼을 잡아 그라운드로 되던지자며 격앙된 글을 올리고 있다. 야구만의 묘미인 ‘야구공 서비스’를 제한하는 것은 야구장을 찾는 재미를 반감시킨다는 야구팬들의 주장은 설득력이 있다.
그러나 KBO는 관중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결정이었다고 설명한다. KBO 관계자는 “스피드 업 규정에 함께 묶여 있어서 발표와 함께 오해를 사고 있지만 관중의 안전을 고려한 결정이었다”고 밝혔다. 토스 형태로 살짝 던져주는 공은 안전에 문제가 없지만 그라운드에서 관중석까지 먼 거리를 던지는 공은 부상의 위험이 있다는 이야기다. 선수가 던지는 공을 받기 위해 관중이 몰려들면서 안전사고가 발생할 위험이 크고 여성팬들과 어린이들은 공에 맞아 다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작용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2002년 한국시리즈에선 경기를 앞두고 훈련 시간에 마해영(당시 삼성)이 관중석으로 던져준 공에 동명이인의 여성 관객이 맞아 앞니가 깨지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선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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