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경제] 금융감독당국이 6일 수도권 아파트에 한해 전격적으로 담보인정비율(LTV)을 하향 조정한 것은 최근 이상 조짐을 보이고 있는 서울과 수도권 일부 지역의 아파트 가격 상승세에 대한 긴급 조치 성격이 강하다. 이미 막대하게 유동성이 풀린데다 주택 담보 대출이 가파르게 상승하는 최근 추세가 이어질 경우 예상 외의 부동산 가격 급등을 불러올 수 있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전격 하향 배경=김영대 금융감독원 은행서비스총괄국장은 6일 "3월 이후엔 주택 구입 용도의 대출이 늘어나 예의 주시해왔다"며 "주택 가격이 자칫 급등하면 담보 가치가 부실해지고 결국 금융회사 부실로 이어질 수 있어 선제적 대응에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상반기 은행권의 주택 담보 대출은 지난해 말보다 18조원 이상 늘었는데 5월까지는 월 증가 규모가 3조원 수준을 유지하다가 6월 들어서 3조8000억원으로 올 들어 최고 수준으로 늘어났다. 또 주택 구매 목적 대출 비중도 1월 46%에서 2월 47%, 3월 50%, 4월 53%, 5월 55%로 계속 늘어났다.
LTV 감독 규정 개정보다는 은행 스스로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도록 한 것 역시 시급한 조치의 필요성 때문으로 해석된다.
◇시장은 어떻게 반응할까=주재성 금감원 은행업서비스본부장은 "정상 수요자에게는 영향이 적을 것이나 투기자에게는 충격이 클 것으로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도 "실수요자들은 상환 부담을 고려해 주택 담보 대출을 LTV 한도까지 받는 경우가 드물지만 시세 차익을 목적으로 한 경우엔 LTV 한도가 줄어들어 자금 동원 여력이 줄게 됐다"며 "이번 조치로 부동산 거래는 다소 위축되겠지만 실수요자에게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규제 대상이 고가 아파트와 대출 만기가 짧은 주택으로 제한돼 있기 때문에 서민들은 이번 조치로 큰 피해를 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은행권 주택 담보 대출의 평균 LTV가 47% 수준이어서 50%로 제한하더라도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는 예상이다.일각에선 규제 강화가 막 살아나기 시작한 부동산 경기를
위축시키고 실질적인 투기 억제 효과는 보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번 조치가 시장에 즉각적으로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일반적이지만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규제 완화 일변도의 부동산 정책이 다시 규제 강화로 돌아서는 신호가 될 수 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예상되는 추가 조치=금융당국은 이번 조치에도 수도권 집값 급등세가 진정되지 않을 경우 관계기관과 협의해 더 강도 높은 대책들이 쏟아내겠다고 경고하고 있다.
상황에 따라선 대출자의 상환 능력에 따라 대출금액을 결정하는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도 꺼내들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DTI는 투기지역으로 지정된 강남 3구만 40% 적용을 받고 있는데 강남 3구를 제외한 수도권 지역에서 DTI를 투기지역보다 낮은 50%를 적용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또 수도권 지역의 LTV를 50%로 낮춘 데 이어 추가로 5∼10%포인트 하향 조정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정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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