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사회] 기록적인 강수량을 보이는 집중 호우가 해마다 되풀이되면서 침수 피해를 입은 주민들의 소송이 잇따르고 있다. 법원은 불가항력적 상황이 아닌 경우 관리책임이 있는 지방자치단체 등에게 주민들의 손해를 배상토록 판결하고 있다.
◇집중호우 대비 못한 지자체에 관리책임=지난해 7월24일 서모씨는 경기도 의왕시 오전동 여성회관 앞을 지나가다 절개지가 붕괴되면서 쏟아진 흙더미에 매몰돼 숨졌다. 이 절개지는 새 도로를 내기 위해 깎아놓은 것이었다. 서씨 유족들은 “시가 도로 공사를 하면서 안전조치를 취하지 않아 사망했다”며 의왕시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수원지법은 “도로 및 절개지의 설치·관리 주체인 의왕시가 적절한 안전조치를 다하지 못했다”며 유족 5명에게 각각 554만원을 지급하라는 원고 승소 판결했다.
충남 천안시 구성동 주민 9명은 2007년 8월4일 내린 폭우로 침수피해를 입자 “임시도로의 배수처리가 문제였다”며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천안시는 예기치 못한 집중호우로 인한 자연재해라고 맞섰지만 대전고법은 관리 소홀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지난해 11월 “천안시는 주민들에게 재산상 손해액과 위자료 등 총 2억4000여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2001년 7월 14∼15일 서울 중랑구 일대에는 310㎜의 기록적 폭우가 내렸다. 하루 강수량 기준으로 1920년, 88년에 이어 세번째였다. 당시 면목동에 살던 나모씨 등 주민 78명은 면목빗물펌프장의 가동 중지로 피해가 커졌다며 서울시와 중랑구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서울고법은 “당시 빗물펌프장의 배수펌프 9대 중 3대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만큼 관리 주체로서의 주의 의무를 다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
◇불가항력일 경우엔 책임 묻기 어려워=2001년 7월 폭우로 집이 물에 잠겼던 휘경동과 이문동 저지대 지역 주민 485명은 “빗물펌프장의 용량이 부족해 피해가 커졌다”며 서울시와 동대문구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하지만 서울중앙지법은 “과거 발생한 수해 규모와 발생 빈도·원인 및 빗물펌프장의 관리 상태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할 때 불가항력적 경우에 해당한다”고 판단하고 원고들의 청구를 기각했다. 관리소홀이 아니라면 어쩔 수 없다는 취지다.
중화동 주민들이 “중화빗물펌프장의 가동이 중지돼 피해가 가중됐다”며 서울시와 중랑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도 기각됐다. 재판부는 “빗물펌프장의 가동이 일시 중단됐지만 곧 재가동됐고, 펌프가 중단되기 전 집중호우로 인해 중화동 지역 침수가 상당히 진행됐던 점을 감안하면 중랑구의 관리소홀로 보기 힘들다”고 판단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양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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