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여성 모여 사회적 기업 꿈꾼다… ‘에코팜므’

난민여성 모여 사회적 기업 꿈꾼다… ‘에코팜므’

기사승인 2009-07-12 17:4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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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 사회] 11일 오전 경기도 시흥시 정왕동의 한 연립주택. 이주 여성 공동체 ‘에코팜므’의 박진숙(35·여) 대표와 콩고 출신 난민 여성 엠마(가명·35), 마리(가명·32), 미쉘(가명·32), 디디에(가명·32)가 좁은 방에 모여 앉았다. 박 대표가 임신 중인 미쉘의 배를 어루만지며 안부를 묻자 불어 영어 한국어가 뒤섞인 살가운 대화가 오갔다. 디디에가 준비한 쌀밥, 콩고식 불고기, 콩고 전통 음식인 ‘푸푸(옥수수 전분으로 만든 떡)’가 낡은 테이블 위에 차려지자 모두 눈을 감고 두 손을 모았다. “건강과 귀한 음식을 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엠마의 기도가 끝나자 소박한 식사가 시작됐다.

불어로 ‘생태여성(Eco+Femme)’이라는 뜻의 에코팜므는 난민 여성들에게 더할나위 없이 소중한 공동체다. 에코팜므는 박 대표가 인권 변호사인 남편을 돕다 2007년 난민 여성들에게 한글과 수공예를 가르치며 자립을 지원하는 모임을 만들면서 시작됐다.

한국에서 9년째 살고 있는 엠마는 박 대표와 난민 친구들을 만나며 고단한 삶을 위로받고 있다. 엠마는 외교관인 아버지를 따라 네덜란드 스위스 등에서 유복한 청소년기를 보냈지만 성년이 돼 귀국한 콩고에서 정치적 반대파로 몰려 지옥같은 수용소 생활을 했다. 남자 친구하고 극적으로 탈출해 향한 나라는 이역만리 한국. 이곳에서 사랑하는 아들 다비드(가명·7)를 낳았다.

요즘 엠마에게 가장 큰 걱정은 다비드의 진학 문제다. “내년이면 아들이 초등학교에 가야되는데 무엇을 가르치고 어떻게 시작해야 될지 모르겠어요. 한국에 온 지 9년이나 됐지만 여전히 모든 것이 불확실해요.”

마리도 비슷한 고민을 안고 있다. “아이들은 스스로 한국인이라 생각하고 한국어도 잘하지만 외모는 한국인처럼 보이지 않아요. 피부색은 다르지만 같은 색깔의 피가 흐르고 있다는 걸 알아줬으면 좋겠어요.”

작은 공동체에서 출발했던 에코팜므는 이제 다문화 사회를 준비하는 사회적 기업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콩고 방글라데시 출신 난민 여성들을 그룹별로 모아 가방 엽서 등 수공예품을 만들어 판매할 계획이다. 얻어지는 수익의 70%는 생산자인 난민 여성에게 되돌려 경제적 자립을 도울 방침이다.

지난 5월30일 열린 창립 총회에는 박 대표와 난민 여성 13명 외에 가족들이 다 함께 모여 첫걸음을 뗐다. 사업 아이디어는 지난달 노동부가 주최한 서울·강원 권역 소셜벤처 아이디어 경연대회에서 우수상을 받았다.

박 대표는 이들 가정에서 우리 사회의 지도자가 나오는 날을 꿈꾸고 있다. “버락 오바마가 미국 대통령이 된 날, 난민 여성들이 뛸 듯이 기뻐하는 모습을 보고 한국도 그런 날이 올 것이라며 격려했어요. 난민 여성들에게 희망을 주는 공동체로 만들고 싶어요.” 시흥= 국민일보 쿠키뉴스 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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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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