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스포츠] 코리안 특급 박찬호가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에 얼굴을 내밀었다. 미국의 MLB network가 제작한 ‘The pen’이 그것이다. 선발투수나 4번타자처럼 화려한 조명을 받지 못하면서도 매 경기 언제든 등판을 준비해야 하는 불펜 투수들의 애환을 담은 다큐다. ‘pen’은 불펜(bull pen)을 가리키는 것으로 박찬호가 속한 필라델피아의 불펜은 대개 필리 펜(Philly pen)이라고 부른다.
물론 박찬호가 처음부터 다큐에 등장하기로 예정됐던 것은 아니다. 제작사가 지난해 월드시리즈 우승팀 필라델피아의 불펜을 대상으로 프로그램을 제작하기로 결정했는데 마침 올해 박찬호가 필라델피아로 팀을 옮겼고, 또 시즌 초 선발투수를 하다 불펜투수로 보직이 바뀌면서 자연스레 등장인물이 된 것이다. 그래서 3편까지 공개된 프로그램에서 그가 등장하는 시간은 많지 않다. 하지만 현재 거의 셋업맨 역할을 하며 불펜의 핵심을 맡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4편 이후에서는 주인공급으로 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인상적인 장면은 박찬호처럼 야구에 몰입하고 있는 선수는 찾기 힘들다는 것이다. “누군가와 저녁식사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면 누구랑 먹고 싶나”는 질문을 던지자 동료 선수들은 주로 아버지 등 이미 고인이 된 만나기 힘든 가족을 많이 꼽았다. 하지만 박찬호는 메이저리그의 전설적인 투수인 사이 영과 같이 대화를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22년간 511승이라는 메이저리그 역대 최다승 기록을 갖고 있는 사이 영으로부터 하나라도 배우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다큐에는 불펜투수들끼리만 샌디에이고에서 LA까지 차를 빌려서 이동하며 얘기하는 장면도 나온다. 박찬호는 “메이저리그에 오래 있었지만 이렇게 선수들과 밤새 이야기를 나누는 경험은 많지 않았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The Pen’은 철저히 외야펜스 뒤쪽 불펜의 시각으로 야구장을 바라본다. 인트로 영상은 필라델피아 불펜 선수들이 몸을 풀고, 피칭연습을 하고, 홈팬들의 환호를 받으며 마운드로 뛰어올라가는 모습들을 인상적으로 보여준다. 물론, 선수들의 이름을 호명하기 위해 덕아웃과 연결된 전화도 클로즈업된다. 불펜투수들에게 이 전화는 세상과, 팬들과 소통할 수 있는 유일한 끈이기 때문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정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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