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래스카 띠는 식인괴물?

알래스카 띠는 식인괴물?

기사승인 2009-07-20 17:43:01

[쿠키 지구촌] 이달 초 알래스카 웨인라이트 마을 주민들은 추크치해에서 검고 긴 띠를 발견했다. 걸쭉해보이는 점액질 물질은 무려 19㎞에 걸쳐 바다를 덮은 채 떠다니고 있었다. 털 모양의 가닥에는 해파리가 잔뜩 뒤엉켜있었다. 이누이트족 마을은 괴물질의 출현에 시끌벅적해졌다.

난파된 유조선에서 흘러나온 기름띠라는 추측에서부터 녹아내린 빙하 속 괴생명체, 오염물질을 먹고 자란 식인괴물이라는 괴담까지 떠돌았다. 점액질의 습격을 다룬 SF영화 ‘우주 생명체 블롭(The Blob·1958년작)’을 본떠 검은 띠에는 ‘블롭(덩어리)’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주민 신고로 미국 해안경비대와 알래스카 지역 정부가 의문의 물체에 대한 조사에 들어갔다. 헬리콥터를 띄워 띠의 규모를 확인하고 현장에 급파된 기름유출 대응팀은 검은 물질을 채취했다. 앵커리지와 페어뱅크스의 연구실은 즉각 물질 성분분석에 들어갔다. 지난 주말 두 연구실이 내놓은 결론은 동일했다. 괴물질은 기름막도, 괴생명체도 아닌 거대한 해조류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수백억개의 미세조류 개체가 떼로 몰려 거대한 띠를 이룬 것.

알래스카의 미스터리는 풀렸지만 주민 불안은 가시지 않았다. 적조나 녹조 현상은 드물지 않지만 검은 색 해조류의 집단 출현은 드문 데다 과거 이 지역에서 유사 사례가 보고된 적이 한 차례도 없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해조류가 부패돼 검게 변색됐을 가능성을 지적했다.

브렌다 코너 알래스카 대학 해양생물학 교수는 18일 타임지에 기고한 글에서 “해조류가 급증하는 현상은 적당한 영양분과 빛, 해수 온도가 갖춰지면 북극해에서도 가능하다”고 전제한 뒤 “과거 사례가 없는 걸로 보아 외래종이 유입돼 생긴 것 같다. 글로벌 기후변화가 한 원인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해안경비대는 조만간 유독성 검사를 실시키로 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영미 기자
ymlee@kmib.co.kr
이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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