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미디어법 처리 몸싸움 ‘아수라장’

국회 미디어법 처리 몸싸움 ‘아수라장’

기사승인 2009-07-22 20:43:00


[쿠키 정치]
미디어법이 직권상정 처리된 22일 오후 3시30분 국회 본회의장 의장석에 한나라당 이윤성 국회 부의장이 들어섰다. 김형오 국회의장에게 사회권을 위임받은 상태였다. 이 부의장은 "의석을 정돈해 달라"고 말한 뒤 신문법 방송법 인터넷멀티미디어(IPTV)법 등 미디어 관련 3법을 일괄 상정했다. 속기사는 자리에 없었고, 한나라당 의원들은 스크럼을 짜고 단상주변을 에워싼 상황이었다.

혼란의 본회의장

이 부의장이 본회의 개시를 알리자 장내는 급속히 혼란에 빠졌다. 본회의장 앞 중앙홀(로텐더홀)에서 출입문을 지키고 있던 야당의원들은 본회의장으로 황급히 뛰어들어왔다. 이 부의장은 "장내가 소란해 제안 설명을 생략하고 회의록으로 대체하겠다. 대체질의와 토론도 실시하지 않기로 한다"며 투표개시를 선언했다.

곧 의원들이 뒤엉켜 싸우기 시작했다. 당 대표실에서 단식을 하던 민주당 정세균 대표도 단상으로 다가가 이 부의장에게 "당장 그만두라"고 소리쳤다. 의원들의 얼굴에서는 땀이 비오듯 쏟아졌다. 민주당 송영길 강기정 조정식 장세환 의원 등은 단상을 오르다 여당 의원들에게 끌어내려졌다.

여야 여성의원들간의 몸싸움도 거셌다. 한나라당 여성의원들에게 끌려가던 민주노동당 이정희 의원은 소리를 지르며 안간힘을 쓰다 바닥에 드러누워 울기도 했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단상앞에서 민주당 의원들을 막으며 교대로 투표를 했다. 단상을 향해서는 서류뭉치가 날아들었다. 본회의장에 들어가지 못한 야당 보좌진과 당직자들은 방청석에서 "날치기 중단" "한나라당 해체" 등의 고함을 질렀다.

이 부의장은 "투표해 달라" "경위들을 불러라"고 주위를 채근했고, 민주당 민노당 창조한국당 등 야당 의원들은 "이윤성 내려와" "결사반대"를 외쳤다.

개회를 선언한 지 25분쯤 지난 3시55분 이 부의장은 신문법 투표를 종료하고 가결을 선포했다. 이어 약간의 시간차를 두고 방송법, IPTV법 등이 '탕, 탕, 탕' 하는 의사봉 소리와 함께 차례로 가결됐다. 4월 임시국회에서 부결된 금융지주회사법도 통과됐다. 그러나 방송법 개정안은 재석 의원이 부족해 다시 투표하는 돌발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법안처리가 끝나자 한나라당 의원들은 신속히 본회의장을 떠났고, 허탈감에 빠진 민주당 의원들은 애국가를 부르며 한동안 본회의장을 지켰다.

중앙홀 대충돌

본회의에 앞서 중앙홀에서도 격렬한 몸싸움을 벌였다. 여야 의원과 보좌진들 수백명이 집결한 중앙홀에는 욕설과 고함, 폭력이 난무했다. 여당은 국회의장의 권고를 무시하고 본회의장 단상을 점거했고, 야당은 본회의장 출입구를 쇠사슬로 묶었다.

본격적인 몸싸움은 오후 2시에 시작됐다.
민주당은 본회의장 정문을 소파와 의자로 바리케이드를 친 것을 비롯해 좌우 옆문, 본회의장 방청석 등 모든 출입구를 봉쇄했다.

여야가 곳곳에서 충돌하면서 크고 작은 부상자가 속출했다. 본청 현관 앞에서 경찰과 대치 중이던 언론노조 관계자 수십명은 창문을 통해 기습적으로 본청에 진입, 민주당 농성조에 합류했다. 4층 본회의장 방청석 입구에서도 여야간 충돌이 벌어지면서 유리문과 검색대가 대부분 부서졌다.

직권상정시 본회의장 표결에 참여키로 했던 자유선진당 의원들은 본회의장에 들어가지 못했다. 이회창 총재와 심대평 대표, 류근찬 원내대표 등 의원 15명이 본회의장 진입을 시도 했지만 민주당의 봉쇄에 막혔다. 일부 의원들은 어딘가에서 날아온 물병에 맞거나 '한나라당 2중대'라는 비난을 들어야했다.

이윤성 부의장 어떻게 들어왔나

이 부의장은 한나라당 의원들의 호위 속에 의원식당 쪽에 있는 본회의장 옆문을 뚫고 본회의장에 진입했다. 수차례 진입을 시도하며 작전을 세운 결과였다. 민주당 의원과 당직자 수십명이 유리 탁자로 바리케이드를 쳤지만 본회의장 정문과 4층 방청석 등에서 벌어진 혼란 속에 이 부의장을 놓쳤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엄기영 우성규기자,사진= 강민석 기자
eom@kmib.co.kr
엄기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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