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대구구장을 찾은 A씨(당시 34)는 3루측 관중석 통로에서 프로야구 경기를 보다가 안전그물 위로 날아든 파울볼에 맞고 쓰러졌다. 두개골이 움푹 팰 정도로 크게 다친 A씨는 대구지방법원에 손해배상 소송을 냈지만 패소했다. A씨는 법정에서 “그물 높이가 낮아 사고가 발생했으므로 구단과 지방자치단체에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야구장 곳곳에 파울볼 위험 표지를 설치하는 등 구단의 조치가 충분했다고 인정했다. 오히려 야구경기 관람 도중 파울볼이 넘어오는 것을 충분히 예측할 수 있고 A씨도 이 위험을 감수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판시했다.
2000년 아버지와 함께 플레이오프 경기를 보던 B군(당시 7)도 파울볼에 맞아 앞니가 부러졌다. B군 부모는 한국야구위원회(KBO)를 상대로 소송을 냈지만 법원은 “파울볼이 안전그물의 찢어진 틈을 뚫고 들어와 관람객을 다치게 한 경우처럼 설치·관리에 문제가 있는 경우를 제외하면 경기 중 야구공이 관람석으로 넘어 들어온다는 사정을 충분히 예견할 수 있다”며 아이를 보호하지 못한 아버지에게 책임을 물어 패소 판결했다.
허술하게 관리된 놀이 시설에서 일어난 사고라도 법원은 이용자의 주의 책임을 묻고 있다. 2004년 강원도 춘천에 있는 놀이공원에서 바닥이 상하로 움직이는 회전 원판 놀이기구인 ‘타가다 디스코’를 탔던 C양(당시 17)은 손잡이를 놓쳐 갈비뼈가 부러지자 소송을 냈다. 법원은 C양이 손잡이를 놓치는 것을 보고도 조작을 멈추지 않은 책임을 물어 놀이공원에 6700여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지만 손잡이를 꽉 잡지 않은 C양의 책임도 20% 인정했다.
2005년 7월 경남 통영 시립수영장을 찾은 D군(당시 12)은 수심이 깊은 성인구역에 들어갔다가 물에 빠진 뒤 인공호흡을 받고 병원에 실려갔지만 전신이 마비됐다. D군 부모는 수영장 관리책임자와 지자체를 상대로 소송을 내 2억6000여만원을 배상받았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법원은 스스로 수심이 깊은 성인구역으로 들어갔다가 사고를 당한 D군과 보호 감독을 철저히 하지 못한 부모의 책임을 30%로 산정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선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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