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맥주 회동’ 성공적

오바마 ‘맥주 회동’ 성공적

기사승인 2009-07-31 17:39:01
[쿠키 지구촌] 미국 첫 흑인 대통령과 백인 경찰, 흑인 교수가 인종차별을 둘러싼 갈등을 푸는 데는 퇴근 길 맥주 한 잔과 차분한 대화면 충분했다. 해질녘 백악관 정원 매그놀리아 나무 밑에서 이뤄진 맥주회동에서 서로에 대한 신랄한 비판은 없었다. 대통령은 중재자가 아닌 바텐더로 나섰고, 흑인 교수와 백인 경찰은 지나간 일보다는 미래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고 AP통신이 31일 보도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30일(현지시간) 오후 6시 헨리 루이스 게이츠 주니어 하버드대 교수와 제임스 크롤리 경사를 백악관으로 초대했다. 조지프 바이든 부통령도 자리를 함께 했다. 오바마와 바이든은 와이셔츠에 넥타이 차림이었고, 게이츠와 크롤리는 정장을 갖춰 입었다. 회동은 약 40분 동안 이어졌고, 이들은 각자 좋아하는 맥주를 택했다.

오바마는 ‘버드 라이트’, 바이든은 무알콜 ‘버클러’, 게이츠는 ‘샘 애덤스 라이트’, 크롤리는 ‘블루문’을 마셨다. 맥주는 상표를 뗀 채 생맥주 잔에 담겼다. 백악관측은 맥주회동 시작 전 간단한 사진 촬영만 허용했을 뿐, 대화 내용은 사적인 것이라며 공개하기를 꺼렸다.

오바마 대통령은 회동 뒤 발표한 성명에서 “친근하고 사례 깊은 대화를 나눴다. 오늘 밤 우리 모두가 긍정적인 교훈을 얻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회동에 앞서 이 모임이 ‘맥주 정상회담(beer summit)’으로 불린다고 들었다며 “창의적인 이름이지만 회담은 아니고 하루 일과를 마친 남자들이 술 한잔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크롤리 경사는 “각자의 관점에서 대화를 나누며 서로에게 배울 점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게이츠 교수와 나중에 또 만나기로 했다”고 말했다.

게이츠 교수는 지난 16일 잠긴 자신의 집 문을 강제로 열고 들어가려다 이웃 주민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크롤리 경사에게 체포됐다. 당시 게이츠 교수는 자신이 흑인이라는 이유로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고 주장했고, 오바마는 22일 크롤리 경사의 행동을 어리석었다고 비난해 인종차별 파장을 키웠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한승주 기자
sjhan@kmib.co.kr
한승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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