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삼성 선동열 감독은 불펜 운영의 고민을 털어놨다. 일주일의 시간이 지났고 새로운 용병투수가 왔지만 선 감독의 구상은 실행되지 못했다. 1군 합류를 기대했던 안지만이 어깨 부상으로 사실상 시즌 아웃됐기 때문이다. 지난 28일엔 급한 불을 끄기 위해 선발로 뛰던 차우찬을 불펜으로 등판시켰다. 차우찬은 이틀을 쉬고 31일 선발투수로 등판했다.
선발투수로 15경기에 등판해 6승을 거뒀던 SK의 고효준도 최근 불펜으로 보직을 옮겼다. 최근 5경기 가운데 3경기에 등판했고 1승2세이브의 성적을 거뒀다. 앞서 전병두 역시 시즌 초반엔 선발투수로 나섰으나 불펜으로 돌아섰다.
선발투수들을 불펜투수로 돌려쓰는 것은 매 경기 결과에 따라 순위가 뒤바뀌는 등 상위권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이다. 구위가 좋은 선수를 선발로 1주일에 1번 쓰기 보다는 매 게임 승부처에서 투입하겠다는 의미다. 선발 투수의 기량이 하향평준화하면서 많은 이닝을 던지지 못하는 것도 한 가지 이유다.
이같은 경향은 대부분의 팀이 마찬가지다. 팀별로 90경기 내외가 진행된 30일 현재 각 팀의 주축 불펜투수들은 60이닝 내외를 던지고 있다. 기준을 50이닝으로 낮추면 4명이 더 늘어난다. KIA의 유동훈(51.1이닝)과 삼성의 정현욱(56.2이닝), 히어로즈의 송신영(50.2이닝), 한화의 황재규(56.0이닝) 등이다. 그나마 ‘귀족 불펜(관리받으면서 여유있게 등판한다는 뜻)’으로 불리는 롯데 불펜투수들의 부담이 가장 덜하다. 이정훈이 49.2이닝으로 가장 많이 던졌다.
선 감독은 “질 땐 차라리 큰 점수 차로 지는 게 낫다”며 “접전 상황이 자주 벌어지면 믿을 만한 불펜투수들(권혁, 정현욱)을 투입할 수 밖에 없고 그렇게 자주 투입되면 구위가 떨어져 결국 피해가 돌아온다”고 말했다. 다른 감독들의 생각 역시 마찬가지다. 특정 불펜투수들을 자주 등판시키면 선수 개인에게나, 팀에게나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감독들의 바람과는 달리 믿을 만한 불펜투수들의 부담은 시즌 막판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순위싸움이 치열할수록 매 게임에 승부를 걸어야 하는 경우가 빈번할 것이고, 잡아야 할 게임이라면 선발투수가 조금만 흔들려도 즉각 불펜투수들을 투입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정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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