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사회] 서울 방화동에 사는 회사원 김모(39)씨 가족은 지난주 여름휴가를 맞아 남해안으로 떠났다가 한바탕 고역을 치르고 돌아왔다. 모기 탓이었다. 벌레 퇴치용 밴드와 패치에 바르는 약까지 준비했지만 사납게 달려드는 모기떼 앞에선 무용지물이었다. 서울에서는 모기가 부쩍 줄었는데 지방에서는 극성을 부리는 현상에 당황스럽기도 했다. 만신창이가 돼서 돌아온 김씨는 “요즘 모기가 확 줄어든 것 같다”며 맞장구치는 회사 동료들의 대화에 쓴웃음밖에 지을 수 없었다.
모기는 올해도 어김없이 늘었다. 방역활동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도시화가 많이 진행된 대도시에서는 지난해보다 줄었다고 체감할지 몰라도 실제로는 기후 변화 등으로 매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거세지는 모기의 ‘공습’=3일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지난달 5∼11일 전국 39곳에서 잡힌 모기는 3252마리로 평년(2004∼2008년)보다 29.8% 늘었다. 최근 5년간 같은 시기, 같은 장소에서 잡힌 모기는 평균 2505마리였다. 박찬 질병매개곤충과장은 “기온 상승과 자연환경 조성 등으로 곤충이 서식하기 좋은 여건이 만들어지면서 모기 발생 밀도는 매년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모기가 기승을 부리는 정도는 지역과 시기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다. 공사장 근처, 재개발 지역은 땅이 고르지 않아 물이 고이기 쉬운데다 방역이 어려워 모기가 많을 수밖에 없다. 수풀이 우거진 곳이나 해변가도 마찬가지다.
반면 건물이 밀집한 도심지는 산림과 공원처럼 곤충이 서식할 만한 자연환경이 적고 방역활동도 활발한 편이라 모기가 살기에는 적당하지 않다. 또 남쪽 지방으로 내려갈수록 기온이 따뜻해져 같은 환경이라도 모기는 상대적으로 많아진다.
◇일본뇌염·말라리아 모기는 줄어=잡힌 모기 중 일본뇌염을 옮기는 모기는 85마리였다. 평년 같은 기간에 잡힌 168마리보다 49.4% 줄어든 수준이다. 이 모기는 일반 모기보다 7∼10일 정도 늦게 나타나는데다 최근 비가 자주 내려 산란·변태에 지장을 받았다. 비가 많이 내리면 모기가 자라야 할 웅덩이에 물이 넘쳐 유충이 떠내려가기 때문이다.
말라리아를 옮기는 모기도 줄었다. 지난달 6∼12일 경기 북부와 강원 지역의 19곳에서 잡힌 말라리아 매개모기는 15마리로 평년 같은 기간의 31마리에 비해 51.6% 감소했다. 질병관리본부는 살충제를 뿌리는 등 방역을 더욱 집중적으로 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모기가 늘면서 모기에 물리치거나 접근을 막는 제품도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인터넷 장터 G마켓의 경우 올들어 지난달까지 모기 퇴치용품 판매건수가 6만1980건으로 지난해 5만7200건보다 4780건 늘었다고 밝혔다. 2007년 모기 퇴치용품 판매건수는 1만2650건이었다.
G마켓 관계자는 “최근 몇 년새 모기 퇴치용품을 찾는 사람이 크게 늘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강창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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