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희망을 말하다] 학교안 ‘위프로젝트’로 위기 학생 구해요

[교육,희망을 말하다] 학교안 ‘위프로젝트’로 위기 학생 구해요

기사승인 2009-08-04 21:07:00


[쿠키 사회] "딸이 왕따를 당한다는 사실을 알고 얼마나 분했는지 몰라요. 학교에 찾아가서 선생님한테 항의도 해보고 상처 입은 딸을 위해 사설 상담기관을 찾아다니기도 했죠. 하지만 전혀 효과가 없었습니다…하지만 우연한 기회에 알게 된 위(Wee) 센터를 통해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전학이나 자퇴를 고집하던 아이가 이제는 '다니던 학교에 적응하고 싶다'는 강한 의지를 표시하고 있어요. 부모 혼자 힘으로는 절대 못했을 일입니다."

지난달 30일 충남 천안시 불당동 천안교육청 위센터에서 만난 이용석(45)씨는 딸 홍주(14)양이 겪은 아픔을 되새기다 한숨을 내쉬었다. 전교생들로부터 따돌림을 당해온 이른바 '전따'였던 홍주가 위센터를 찾은 것은 지난 5월. 이전까지 홍주는 친구들의 차가운 시선 때문에 1년 넘게 학교에서 급식을 먹지 못했다. 지난 봄 수학여행을 다녀온 뒤부터는 한 달 넘게 등교를 거부했다. 하지만 위센터에 다니면서 예전의 모습을 되찾았다.

이혜영 전문상담사는 "일주일에 3∼4번씩 홍주를 만나 상처 입은 마음을 달래주려고 노력하고 소아정신과 치료도 권했다"며 "그렇게 한 달쯤 지나니까 홍주도 마음의 문을 열고 '친구들과 다시 친해지고 싶다'고 말하더라"고 전했다.

◇위기의 아이들을 위한 '위 프로젝트'=과거의 홍주처럼 위기 상황에 내몰린 '위기 학생'은 그간 입시 정책 등 교육계 각종 현안에 밀려 사각지대에 방치돼 왔다. 하지만 교육과학기술부가 130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할 만큼 위기 학생 문제는 어느새 임계점에 도달해 있고,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교과부는 새로운 작업을 시작할 수밖에 없었다. 바로 지난 2월부터 가동한 '위 프로젝트'다.

위 프로젝트는 학교와 교육청, 지역사회가 연계된 3단계 학생안전 통합시스템으로 크게 '위클래스'와 '위센터' '위스쿨'의 얼개를 갖추고 있다.

우선 단위 학교별로 설치되는 위클래스는 학교폭력이나 인터넷 중독, 학교로부터 징계를 받은 학생 등 이른바 '학교부적응 학생'을 조기에 발견, 치료하는 데 목적이 있다. 상담교사나 사회복지사 등 전문인력이 상주하며 쉬는 시간이나 점심 시간, 방과후 등 상시 운영된다.

지역교육청 차원에서 운영되는 위센터는 보다 전문적인 치료와 상담이 필요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2차 안전망이다. 상담교사 외에도 정신과 의사, 법률가, 학습치료사 등 고도의 전문성을 갖춘 인력을 두고 있다. 각 지역에 있는 병원이나 시민단체 등 전문기관과도 연계돼 있다. '원스톱 치료기관'인 셈이다.

내년에 충남과 충북 등 2곳을 시작으로 2011년까지 전국적으로 10곳에 들어서는 위스쿨은 일종의 대안학교다. 위스쿨은 장기적인 치료가 필요한 학생이나 범죄 등을 저질러 학업을 그만둔 학생 등을 대상으로 한다. 기초학력을 길러주기 위한 교과교육 외에도 이들이 사회에 나가 안착할 수 있도록 각종 직업교육을 병행 실시한다. 또 졸업 이후 '위스쿨 출신'이라는 낙인이 찍히지 않도록 일반 학교에 '원적(原籍)'을 둘 수 있게 배려할 계획이다.

박정희 교과부 학교역량강화팀장은 "위 프로젝트는 학교나 교육청이라는 제도권 내에서 이뤄지는 교육 서비스인 만큼 학생들이 외부 기관보다 심리적으로 안정된 상태에서 상담 등을 받을 수 있는 이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위기상황에 처한 학생이나 이들의 학부모들이 이같은 서비스를 이용하고자 한다면 각 지역교육청 홈페이지나 전화(1588-7179)를 통해 문의하면 된다.

◇"인력 충원 이뤄져야"=하지만 위 프로젝트가 성공하기 위해 풀어야 할 숙제도 산적해 있다. 부족한 인력이 가장 큰 문제다. 현재 전국 위클래스(530개)와 위센터(31개)에 있는 상담교사 등 전문인력은 890여명이지만 일선에서 활동하는 전문가들은 턱없이 부족한 규모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김혜민 울산 강북교육청 위센터 임상심리사는 "우리 교육청 관할 학교만 100개가 넘는데 가동인력은 전문상담사 6명에 자원봉사자 8명이 전부"라며 "밀려드는 상담신청을 감당하기 힘들다. 기다리고 있는 학생들을 위해 치료가 덜 된 아이도 일단 내보낼 수밖에 없는 경우가 많다"며 안타까워했다.

이처럼 인력이 부족하다보니 도움을 요청한 위기 학생이 실제 상담을 받기까지 기다려야 하는 시간도 길다. 유정수 경북 포항교육청 위센터 임상심리사는 "관내에 90개가 넘는 학교가 있지만 전문상담사는 고작 5명이어서 상담을 받기까지 평균 한 달 넘게 걸린다"며 "학생들을 직접 찾아가는 방문상담 활동도 해보고 싶지만 인력 사정 때문에 여의치가 않다"고 털어놨다. 천안=국민일보 쿠키뉴스 권지혜 기자,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
박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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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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