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사회] 서울 광화문광장의 안전 장치로 차량의 인도 진입을 막는데 쓰이는 볼라드(bollard·사진)가 주목받고 있다. 광장 미관을 해치지 않으면서 사고를 막는데 적합하다는 평가다.
교통안전 전문가들은 광화문광장으로 돌진하는 차를 막으려면 서울시가 볼라드나 방호용 울타리를 설치할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이 가운데 볼라드가 더 좋은 점수를 받는 이유는 광장의 아름다운 모습을 해치지 않기 때문이다. 볼라드는 높이가 약 1m 남짓하고 폭 10∼20㎝ 정도의 말뚝 형태로, 여러 색을 입힐 수 있다.
정석 경원대 도시계획조경학부 교수는 “차가 쌩쌩 달리는 곳에서는 방호용 울타리를 설치하는 게 맞지만 광화문광장 주변 차로는 바닥에 과속방지 장치가 있으므로 볼라드를 설치해도 된다”고 말했다.
최근 보행자 보호 목적으로 볼라드 설치가 늘고 있는 추세다. 서울 강남구 교통정책과 이인형 시설 담당 팀장은 “장애인 이동을 위해 인도와 도로 사이 경계턱을 낮춘 횡단보도에 차량 폭보다 좁은 간격으로 설치하고 있다”며 “건물 앞에 주차하는 차량을 막아 달라는 민원이 있을 때도 볼라드를 설치한다”고 말했다.
교통 사고 발생 뒤 재발 방지 차원에서 볼라드가 생긴 곳도 있다. 지난 6월8일 서울 지하철 1호선 도봉역 1번 출구에서 도봉산 쪽으로 건너는 횡단보도 양쪽에 화강암 재질의 볼라드 5개가 생겼다. 하루 전날 음주운전 사고로 3명이 숨지고 15명이 다친 사고가 난 뒤 경찰과 도봉구가 서둘러 조치를 취했다. 이 횡단보도 앞에서 청과물가게를 하는 박모(60·여)씨는 “늘 차가 지날 때마다 마음을 졸였는데 돌덩이가 횡단보도 앞에 있으니 마음이 좀 낫다”면서 “신호를 기다리는 사람들도 안심하는 눈치”라고 말했다.
볼라드는 2004년 이전에는 지름 50㎝ 크기의 원형 화강암이 많이 쓰였다. 그러나 정부가 시각장애인 등 교통 약자를 배려한 정책을 펴면서 말뚝 형태로 바뀌고 있다. 신연식 한국교통연구원 연구위원은 “예전의 볼라드는 시각장애인이 부딪쳐 다칠 우려가 있고 휠체어가 통과하기 힘들었다”고 설명했다.
서울시도 볼라드 설치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이광세 도시기반시설본부 토목부장은 “차량 충격을 견딜 수 있으면서 외부에서 광장 내부 모습을 보는데 시야를 가리지 않는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권기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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