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서강대학교 로스쿨에 입학허가를 받은 중앙부처 공무원 A씨는 입학 직전에 진학을 포기했다. 등록을 마친 뒤 휴직 규정을 샅샅이 뒤졌지만 국가공무원법 어디에도 로스쿨 진학을 위한 휴직 허용 조항은 없었기 때문이다. 서울대 로스쿨에 합격한 다른 중앙부처 공무원 B씨 역시 한 학기만에 자퇴했다. B씨도 휴직 조항이 걸림돌이 됐다. 공공기관에 다니며 한국외대 로스쿨에 등록했던 C씨도 학기를 다니던 도중 자퇴했다.
한 대학의 로스쿨 관계자는 “로스쿨은 야간대학원이 아니기 때문에 휴직이 허용되지 않는다면 그만 둘 수밖에 없다. 중·장년의 공무원에게 직장을 그만 두는 모험을 하라고 할 수 없는데 제도가 아쉽다”고 말했다.
현행 국가공무원법은 공무원의 해외 혹은 국내 대학 연수를 2년까지 허용하고 있다. 다만 공무원이 연수 휴직을 받을 수 있는 교육기관은 ‘고등교육법’에 따라 설치된 대학과 대학원으로 한정된다. 3년 과정 로스쿨은 ‘법학전문대학원 설치·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라 설치된 교육기관이기 때문에 연수휴직을 받을
수 없다. 해외 로스쿨로 법률을 배우러 나갈 수는 있어도 국내 로스쿨에서 수학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서울대 법대 김건식 학장은 “공무원들이 국제법 지식을 익혀 실무에 유용하게 이용할 수 있는 기회를 법이 차단하고 있다”며 “국제교섭 등 어려운 현안이 있을 때 법률에 능통한 공무원이 필요한 경우가 많은 만큼 공무원의 로스쿨 휴직을 허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국대학로스쿨협의회 측도 이런 문제점을 인식하고 관련 규정을 정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로스쿨에 합격한 공무원에게 휴직의 혜택을 주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일반 기업은 1년 휴직조차 힘들어 대부분 직장을 포기하는데 공무원에게만 특혜를 준다는 것이다.
연세대 로스쿨에 재학 중인 김모(25)씨는 “다른 직장에 다니다 로스쿨에 합격하면 퇴직하는 것이 당연한데 공무원이니 휴직할 수 있도록 하라는 것은 불공평하다”고 꼬집었다. 한 중앙부처 공무원은 “로스쿨을 준비한다고 하면 ‘얼마나 잘 살려고 변호사 자격증 따냐’는 공직사회의 시각은 변해야 한다. 하지만 3년 휴직 허용은 일반 직장과의 형평성을 고려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양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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