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약체로 낙인찍힌 한화를 상대로 무난히 승수를 벌어들인 팀들은 다음 경기에서 연패에 빠지곤 한다. 치열한 4위 경쟁을 벌이고 있는 롯데와 삼성이 대표적이다. 롯데는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한화와의 3연전을 2승1패로 마무리했다. 하지만 4일부터 진행된 두산과의 3연전에서 3연패하며 한때 5위로 추락했다.
삼성은 4일부터 6일까지 한화와의 3연전에서 3연승을 거두며 4위로 치고 올라갔다. 그렇지만 다음 경기 상대였던 롯데에게 2연패하며 다시 5위로 주저앉았다. 4일과 6일 경기가 경기 막판까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한 점차 승부를 벌인 탓이 컸다. 한화가 상대를 꺾을 힘은 부족하지만 경기 막판까지 상대를 물고늘어지는 힘은 여전하기 때문에 주축 불펜투수들이 투입되는 경우가 잦다. 실제 4일과 6일 삼성의 승리조 불펜인 정현욱과 권혁은 평소보다 많은 이닝을 던져야 했다.
꼴찌 팀에게는 무조건 이겨야 한다는 압박도 한화를 대적하는 팀의 부담으로 작용한다. 어느 팀이든 한화를 상대할 땐 ‘꼭 이겨야 한다’거나 ‘이겨도 본전’이라는 생각으로 임하기 때문이다.
4위 싸움에 도전장을 내건 히어로즈도 지난 주말 경기에서 한화에 2연승했다. 하지만 8일과 9일 경기 모두 각각 투수를 7명, 6명이나 투입하는 총력전이었다. 4위 싸움에 승부를 걸어야 하는 히어로즈의 다음 상대는 5위 삼성이다. 꼭 넘어서야 할 상대인 삼성전에 연패라도 하면 4위권 진입의 꿈은 물건너간다.
히어로즈 김시진 감독은 9일 “SK가 벌어놓은 승수는 순전히 한화 덕”이라고 했다. SK가 55승42패5무로 승패의 차(무승부=패)가 ‘+8’인데 SK가 한화전에서 11승 3패로 ‘+8’인 것을 빗댄 것이다.
하지만 한화는 그냥 승리를 헌납하는 팀이 아니다. 히어로즈가 4위권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려면 롯데와 삼성처럼 한화를 상대한 뒤 연패에 빠지지 않기 위한 전략을 짜야 한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정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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