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꾼들은 3000억유로 채권 6장과 1000억유로 채권 2장 등을 조씨 앞에 내놨다. 국제적으로 채권 매매를 해 왔다는 사실을 믿게 하려고 100만달러 지폐 99장, 100만유로 지폐 2056장, 1억원짜리 국내 은행 채권 84장을 보여줬다. 물론 모두 가짜였다. 100만달러와 100만유로 지폐는 존재하지 않는다.
사기꾼들은 동굴에 가짜 금궤 등을 쌓아놓고 찍은 동영상을 조씨에게 보여주고 “이곳이 매화당의 보물 보관 장소”라고도 속였다. 조씨를 안심시키려고 가짜로 만든 보물지도책, 일명 기밀건(機密件)까지 동원해 “매화당 보물이 이곳에 있다”고 사기를 쳤다.
결국 조씨는 자신의 돈에 빌린 돈까지 더해 8억원을 건넸고 한 푼도 돌려받지 못했다. 박모(49)씨 등 2명도 같은 사기꾼들에게 속아 각각 8억원과 1억원의 피해를 봤다.
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조씨를 등친 김모(62·여)씨 등 2명을 사기와 위조유가증권 행사 혐의로 13일 구속했다. 또 김씨 옆에서 바람을 잡은 백모(53)씨 등 7명을 입건했다. 경찰은 “공범 중에 김씨가 보여준 가짜 달러를 진짜로 믿어 ‘나도 속았다’고 하는 사람이 있다”고 전했다.
경찰은 가짜 채권과 지폐가 먹지에 싸여 중국에서 밀반입됐다는 피의자 진술에 따라 인터폴과 공조해 위조책을 찾고 있다. 국내에 들어온 가짜 채권이 더 있는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권기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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