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스포츠] 물러나는 사람이지만 송진우는 당당했다. 그는 “후회 없고 나 자신에게 만족한다”고 했다. 아무나 할 수 없는 말이지만, 그가 한 말이기에 모두들 고개를 끄덕였다.
전격 은퇴를 선언한 한화 송진우(43)가 18일 오후 대전 유성 리베라호텔에서 공식 기자회견을 갖고 21년간 정들었던 마운드를 떠나는 소감을 밝혔다. 그는 “어린 나이에 프로에 들어와 앞만 보고 달렸고 한 팀에서 21년 동안 프로생활을 했다”며 “좋은 선배와 지도자를 만나 성적도 냈고 의미있는 프로 생활을 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송진우는 또 “은퇴는 새로운 시작이라 생각한다”며 “선수 때만큼 열심히 해 좋은 지도자가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올해 초 달성했던 3000이닝 투구에 대한 애착도 밝혔다. 송진우는 “개인적으로는 3000이닝 투구가 가장 소중하다”며 “이닝수가 많다는 것은 꾸준하게 마운드에서 공을 던졌다는 것인 만큼 20년 동안 꾸준히 던졌다는게 자랑스럽다”고 설명했다.
1999년 한국시리즈 첫 우승 당시 눈물을 흘렸던 일화도 들려줬다. 그는 “200승이나 3000이닝을 기록했을 때는 눈물을 흘리지는 않았는데 롯데와의 한국시리즈에서 이겨 우승했을 때 많이 울었다”며 “로마이어(당시 한화 용병선수)가 3루타를 쳤을 때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기 시작하더니 우승 시상대 위에 올랐을 때까지 계속 눈물이 났다”고 회고했다.
초대 프로야구 선수협회장을 맡을 당시를 떠올리며 “처음 있었던 일이라 쉽지는 않았지만 선수들이 많이 도와줬고, 주위에서도 많은 지지를 해줘 좋은 결과가 나왔다”며 “구단과 선수가 서로 도와주는 관계가 되면서 프로야구가 더 발전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후배들에겐 따끔한 한 마디를 전했다. 그는“젊은 선수들의 기량이 좋아졌다고 생각하지만 내 생각에는 너무 몸을 사리는 것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며 “자기 몸을 혹사하라는게 아니라 몸을 더 강하게 만들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강조했다.
팬들에 대한 인사도 잊지 않았다. 송진우는 “화려함 보다는 꾸준함으로 야구를 한 만큼 팬들에게 꾸준한 선수로 기억에 남고 싶다”며 “끝까지 나를 사랑해준 한화팬들에게 감사드린다”며 말문을 맺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정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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