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정치] 모든 것이 마지막이었다. 김대중(DJ) 전 대통령 입관식이 열린 20일 서울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아내는 남편에게 마지막 편지를 썼다. 아들들은 아버지 얼굴을 마지막으로 봤다. 비서진은 대통령에게 마지막 보고를 올렸다.
이희호 여사와 김 전 대통령의 세 아들 홍일 홍업 홍걸씨를 비롯해 권노갑 전 의원 등 동교동계 인사, 정세균 민주당 대표, 박지원 전 비서실장 등 50여명은 촛불을 들고 입관식에 참석했다. 윤일선 서교성당 주임신부 주재로 오후 1시30분 입관미사가 시작됐다. 참석자들은 '주여, 세상 떠난 영혼 당신 품에 받으소서'로 시작하는 성가로 DJ 배웅길을 열었다. 윤 신부가 성서 말씀을 낭독한 뒤 유족들이 DJ에게 성수를 뿌렸다. 수녀들은 "주여, 영원한 안식을 주소서"라고 간구했다.
미사 후 이 여사는 관 속에 선물을 담았다. 독실한 크리스천이었던 남편을 위한 성경이었다. 남편의 몸 위에 배덮개를 가만히 올렸다. DJ가 중환자실에 있는 동안 양말과 장갑을 짜다 남은 밤색과 베이지색 털실로 짠 것이었다. 이 여사는 그 위에 평소 사용하던 보라빛 손수건을 올렸다. 이별과 재회의 상징이었다. 자서전 '동행'을 옆에 놓았다. 윤철구 비서관이 이 책 표지에 쓴 편지를 낭독했다.
'사랑하는 당신에게. 같이 살면서 나의 잘못됨이 너무 많았습니다. 그러나 당신은 늘 너그럽게 모든 것을 용서하며 아껴준 것 참 고맙습니다. 이제 하나님의 뜨거운 사랑의 품 안에서 편히 쉬시기를 빕니다. 너무 쓰리고 아픈 고난의 생을 잘도 참고 견딘 당신을 나는 참으로 사랑하고 존경했습니다. (중략) 자랑스럽습니다. 당신의 아내 이희호.'
이 여사의 볼을 타고 눈물이 계속 흘러내렸다. 이 여사에 이어 아들들이 아버지 곁으로 다가갔다. 홍업씨는 아버지 얼굴을 들여다본 뒤 붉은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쳤다. 홍일 홍걸씨의 눈시울도 붉어졌다.
박지원 전 비서실장 등 비서진이 관 앞에 섰다.
대통령님께서 평소에 늘 하시던 말씀과 최근에 하신 말씀을 잘 명심해 기억하겠습니다. 여사님 걱정 마십시오. 저희들이 대통령님을 모셨듯 여사님을 모시겠습니다."
박 실장은 "안녕히 가시라"는 말로 마무리했다.평소 좀처럼 눈물을 보이지 않던 박 전 실장이 울자 4명의 비서진 모두 왈칵 눈물을 쏟아내고 말았다.
보고가 끝난 뒤 참석자들은 관 앞으로 다가가 DJ의 얼굴을 마지막으로 봤다. 금빛 수의를 입은 DJ 얼굴은 평온했다. 권노갑 한화갑 한광옥 김옥두 전 의원 등 동교동계 인사들이 대통령에게 인사를 했다. 정세균 민주당 대표도 관 앞으로 나아가 고개를 숙였다. 마지막 인사였다. 오후 2시, DJ는 이들의 인사를 뒤로한 채 공식 빈소 국회 광장으로 향하는 운구차에 올랐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강주화 임성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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