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만둬,말어” 스파이 수장의 고민

“그만둬,말어” 스파이 수장의 고민

기사승인 2009-08-26 17:49:01
[쿠키 지구촌] 리언 패네타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워싱턴 정가에서 의회와 백악관을 모두 아는 베테랑 협상가로 정평이 나있다. 17년 하원의원(1977∼93년)을 거쳐 빌 클린턴 정부에 합류한 그는 백악관 예산국장(93∼94), 비서실장(94∼97) 시절 탁월한 정무능력을 과시했다. 지난 1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그를 CIA국장으로 선임했을 때 정보 비전문가의 낙하산 인사라는 비판이 쏟아졌지만 워싱턴 ‘인사이더’가 CIA를 구할 것이라는 기대도 만만치 않았다. 8년간의 대테러전쟁 끝에 CIA가 인권침해 논란 속에 허우적댈 때였다.

그런 그가 취임 7개월만에 자진사퇴라는 배수진을 치며 오바마 정부와 정면대결하고 있다. CIA 불법 심문 사실을 폭로한 법무부 보고서 때문이다. 에릭 홀더 법무장관은 24일 CIA가 총과 드릴까지 동원해 테러용의자를 협박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하고 특별검사를 임명해 본격 수사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백악관 참모회의에서 이같은 사실을 들은 패네타는 사퇴 카드까지 내밀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고 ABC방송이 25일 보도했다. 방송은 “회의에서 욕설로 점철된 고함지르기 경연대회를 방불케하는 격론이 벌어졌다”고 전했다.

누적된 패네타의 불만이 이번 보고서를 폭발한 것이다. 패네타는 그간 해외 첩보수집 등을 놓고 데니스 블레어 국가정보국장과 신경전을 벌여왔다. 특히 정보가 주로 블레어를 통해서 전달되는 상황에 화를 냈다는 게 정보 관리들의 증언이다. CIA 합류 당시 약속받았던 권한이 주어지지 않는 것에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게다가 CIA 조사를 놓고서는 한때 동료였던 민주당 하원의원들과의 관계가 불편해졌다. 안팎으로 아군을 찾기 힘든 상황이 된 것이다. 일각에서는 사퇴설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백악관과 CIA는 패네타 사퇴설을 일축했으나 ABC방송은 정보 관리들의 말을 인용, 백악관이 이미 조직 개편을 염두에 두고 후임 후보군과 접촉에 들어갔다고 전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영미 기자
ymlee@kmib.co.kr
이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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