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 사장은 31일 오전 확대간부회의 모두 발언을 통해 “최근 사장의 거취문제를 놓고 이런저런 말들이 나오는 것으로 듣고 있다”며 “자리에 연연하지는 않지만 MBC의 독립성과 구성원들의 자존심, 또 공영방송의 수장이라는 책무, 그리고 그 모든 결정이 선례로 남게 된다는 점을 모두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MBC 드라마, 예능 프로그램과 뉴스데스크를 비롯한 보도프로그램의 시청률이 최근 상승세를 타고 있고, 7월 영업수지가 흑자로 전환된 사실 등을 거론했다. 또 지난 8월3일 본부장 회의에서 어느 정파, 어느 집단에도 흔들리지 않고 정도를 가겠다고 한 발언도 재확인했다. 이런 일련의 발언은 방문진의 사퇴 압박에 굴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들이다.
엄 사장은 이날 MBC 개혁안을 제시했다. 사장이 중심이 된 ‘리뷰 보드’(Review Board)를 상설 운영하고 외부인사가 참여하는 ‘공정성위원회’를 설치해 방송의 공정성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또 단체협약에서 책임 경영을 제약하는 부분을 개정하고 콘텐츠 중심으로 조직과 예산 재편, 구조조정 단행 등을 추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방문진의 압박은 이날도 계속됐다. 차기환 방문진 이사는 평화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문화방송 경영진들이 회사를 맡은 이사로서 최소한의 책임 의식을 보여주지 못했고, 주어진 권한도 행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앞서 김우룡 이사장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엄기영 사장 등 경영진이) 알아서 물러나겠다고 하면 좋지 않겠느냐”며 엄 사장 등의 자진사퇴를 종용했다.
한편 정연주 전 KBS 사장은 이날 오마이뉴스를 통해 공개한 ‘엄 사장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개인적으로 힘들고, 온갖 모욕과 비난과 인신공격이 당신에게 가해지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을 견디어 내야 하는 것이 바로 MBC 사장이, 지금 이 시점에 우리 역사 앞에서 감당해야 하는 책무라고 여겨집니다”라며 자신 사퇴 요구에 절대 응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양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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