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라운지] 월55만원 직장 위해 3600만원 현상금 내 건 中 대학원녀

[베이징 라운지] 월55만원 직장 위해 3600만원 현상금 내 건 中 대학원녀

기사승인 2009-09-06 17:29:00
[쿠키 지구촌] ‘3000위안(54만5000원) 월급 직장을 구해줄 수 있는 사람에게 20만위안(3600만원)을 주겠다’

요즘 중국의 주요 인터넷 사이트에 대학 석사과정을 마친 20대 여자가 이런 글을 올려 누리꾼들 사이에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직장을 구하기 위해 연봉의 5배가 넘는 돈을 현상금으로 내놓겠다는 이 여자는 올해 장쑤성 모 대학에서 원예관상학 석사과정을 마친 이모씨(26)다.

이씨는 “졸업 후 좋은 직장을 찾지 못해 고민하다 이런 방법을 생각해냈다”며 “월급 3000위안 정도에 확실한 업무가 주어지고, 안정된 직업이면 된다”고 조건을 달았다. 이씨는 “현재 (유능한 사람과)관계가 없으면 좋은 직장은 찾기 힘들다”며 “이런 직장을 찾도록 도와준다면 20만위안은 결코 아깝지 않다”고 말했다.

인터넷에는 “탐관 사기꾼을 찾겠다는 것인가?” “정부의 간부 직위를 찾아준다면 나는 500만위안을 내놓겠다” “차라리 그 돈으로 창업을 하라” 등 누리꾼들의 비난과 조롱이 빗발쳤다.

이에 무역회사를 다닌다는 남편이 공개 대응에 나섰다. 그는 “그동안 부인의 직장을 구해줄 수 있는 많은 사람들을 찾아다녔다”며 “한때 모 대학교에 취직시켜준다는 사람이 있어 10만위안을 제시했는데 소식이 없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이렇게 많은 돈을 현상금으로 내놓은 것은 능력있는 사람을 통해 관계를 찾으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국 사회에선 ‘자오 궁쭤 카오관시’란 말이 일반화돼있다. 직장을 구할 때 관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의미를 강조한데서 나온 말이다. 여기서 관계는 중국어 ‘관시’로, 사람 관계를 의미한다. 결국 사장 등 인사권자를 잘 알거나 이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공산당 간부, 관료 등과 관계가 있어야 좋은 직장을 구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같은 현상은 동양 전통이 살아있는 중국사회에서 인간관계가 그만큼 중요시된다는 것을 반영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하지만 더 큰 이유는 매관매직 등 부정부패가 여전히 횡행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베이징= 국민일보 쿠키뉴스 오종석 특파원
jsoh@kmib.co.kr
오종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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