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실장은 지난달말 단행된 청와대 개편을 앞두고 이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했고, 이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인사 문제를 거론했다고 여권 관계자가 전했다. 여권 관계자는 “정 실장은 ‘대통령실장이라는 막중한 자리를 맡기에는 심신이 많이 지쳤다. 사퇴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며 “그러나 이 대통령은 ‘더 보좌해달라’며 정책실장 자리를 신설해 업무부담을 덜어주는 청와대 개편 방안을 말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개편 이전 청와대는 모든 수석들이 정 실장에게 보고하는 시스템으로, 대통령실장의 업무하중이 컸다는 게 청와대 내부의 평가였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청와대 개편을 통해 정책실장 자리를 신설해 경제·사회정책 분야 수석들을 총괄하게 하고, 정무·민정수석 등 정무직은 정 실장이 총괄토록 했다.
이 대통령은 정 실장에게 장관급 이상 후보자를 위한 광범위한 인재 발굴 업무와 이들을 관리하는 임무를 맡긴 것으로 알려졌다. 정 실장이 정운찬 총리 내정자 지명과정에서 이 대통령에게 적극 추천한 것도, 이 대통령의 이러한 인사 관련 역할 지시와 맥이 닿아있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정부 출범 초반 고소영·강부자 내각이라는 비판을 받으면서 정권초반 개혁작업이 흔들렸고, 1년 반이 지나서도 천성관 검찰총장 후보자가 검증부실로 낙마함에 따라 인사 분야를 체계적으로 관리할 필요성을 느꼈다는 후문이다. 특히 검증기준이 높아짐으로써, 매번 인사철마다 ‘인재난’에 시달리는 일이 되풀이되는 상황을 체계적인 사전 관리로 극복하겠다는 의지도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는 지난번 직제 개편을 통해 대통령실장 직속으로 인재추천 및 인재풀관리, 서류검증 등을 책임지는 수석급 인사기획관을 신설했고, 현재 후보자 선정작업중이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내부 승진 보다는 외부 인사를 찾고 있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인사기획관 산하에는 인사비서관 등 2개 비서관실이 배치될 예정이다. 정 실장은 인사기획관실을 통해 발굴된 장관급 이상 인재들을 직접 면담하고 평가하면서 MB정부의 중도실용 정책을 뒷받침할 인재풀 형성 작업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여권 관계자는 “앞으로 정 실장의 비공개 대외활동폭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남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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