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대권경쟁 조기 점화

여권,대권경쟁 조기 점화

기사승인 2009-09-07 10:14:01


[쿠키 정치] 여권 내 대권 경쟁이 조기에 점화됐다. 정운찬 국무총리 내정자가 7일 서울대에 사직서를 제출하고 본격적인 승부에 돌입할 채비를 마쳤고, 이날 대표직을 승계한 한나라당 정몽준 신임 대표는 대권 플랜을 가동하기 시작했다. 가장 강력한 대권 주자인 박근혜 전 대표는 조용히 이들의 등장을 지켜보고 있다. 한마디로 여권은 세 잠룡의 '정립(鼎立) 형국'이다.

불은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가 지폈다. 안 원내대표는 "국무총리 역할을 잘 수행해 국민들에게 대통령감이라는 평가를 받으면 대권 경쟁에 참여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전제 조건이 달렸지만 여권 고위 관계자가 공개적으로 정 내정자를 대권 후보로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작심하고 군불을 때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세 사람은 앞으로 세종시와 4대강 사업 등 각종 현안을 놓고 미묘한 입장 차를 보일 가능성이 있다. 민심을 얻기 위해서다. 정 내정자와 정 대표의 경우 강력한 대권주자가 되려면 결국 친이계의 지지가 절실하다.

여권 내 기반이 취약한 이들은 인맥 다지기가 최우선 과제다. 정 내정자는 야권과 학계 경제계 등에 폭넓은 인맥을 자랑하는 마당발이다. 그러나 한나라당 내의 인맥은 서울대 경제학과 후배이자 제자인 김성식 이혜훈 유일호 의원 등이 꼽히는 정도다. 여당 내 중도 개혁 성향 의원들도 잠재적인 우호 세력이긴 하다. 다만 정 내정자가 향후 중도 개혁파 의원들과 손을 잡을 경우 박 전 대표와 각을 세우는 게 불가피해 보인다.

정 대표의 움직임도 심상찮다. 그는 기자들과 만나 "한나라당의 대문을 넓게 열겠다"고 밝혔다. 이번 기회를 살려 당 안팎에서 자신의 지지 기반을 넓힌 뒤 대권주자로서 확실한 세력을 갖추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다만 친이계 등 여권 주류 세력이 내년 2월 조기 전당대회를 주장하고 있어 시간이 많지 않다. 잘하든 못하든 친이와 친박 양쪽 모두에서 견제를 받을 수밖에 없어 행보도 조심스럽다.

박 전 대표는 정 내정자와 정 대표 모두 정치적 시험대에 올랐다는 점을 고려, 당분간은 '로 키(Low key)' 전략으로 나갈 전망이다. 하지만 머릿속이 복잡하다. 거슬린다고 빨리 움직이면 양쪽에서 협공을 당할 수도 있다. 때문에 내년 하반기까지는 잠행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그러나 이들이 박 전 대표에게 위협을 줄 정도로 성장할 기미가 보이면 즉각 공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다. 그때는 이 대통령도 직접적인 공격 대상이 될 수 있다. 박 전 대표가 움직이면 여권의 대권 경쟁은 물밑 전쟁에서 불을 뿜는 혈투로 급반전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엄기영 기자
eom@kmib.co.kr
엄기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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