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사회] 강희락 경찰청장은 8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그동안 경찰이 편한대로 근무를 해왔지만 이제는 욕 좀 그만 먹는 경찰이 되자고 직원들을 설득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검·경 수사권은 “수사기관끼리 어떻게 배분해서 가지는 게 국민에게 가장 이득이 되겠는가 하는 관점에서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수사권 독립이란 용어를 써왔는데 ‘조정’으로 바꾼건가.
“독립보다 합리적 배분, 조정으로 이야기를 하는게 적절하다.”
-수사권 조정은 어떤 분야부터 추진하나.
“다 하면 좋겠지만 다툼이 없는 사건, 간단한 사건 등이라도 경찰에게 수사권을 주는 것이 국민 편의에 좋다. 현 구조에서는 사실 이중 조사가 불가피하다.”
-권력형 비리 수사 방향은.
“선출직 지방자치단체장들이 인사권을 이용해 금품을 챙기고 이권에 개입하는 등 전횡한다는 이야기가 많다. 지역 경찰관에게 ‘직업의식이 필요하다’ ‘당신이 지역 비리를 수사해야 경찰로 대접받을 수 있다’고 주문했다. 몇 사람 처리하면 대다수 주민이 혜택받을 수 있는 일이다. 기다리면 결과가 나올 것이다.”
-복면 시위자는 처벌한다는 방침인데 복면을 썼어도 폭력 의사가 없는 시위자가 있을 수 있다. 어떻게 구분할 것인가.
“물론 감기 걸려 복면 썼으면 처벌 안한다. 고의성 입증은 수사를 해봐야 안다. 그런데 외국은 복면 쓰고 시위하는 것 자체도 처벌되는 경우가 많다. 우리도 평화적 시위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그런 방향으로 가야 한다.”
-신종 인플루엔자 대처는.
“지금까지 경찰관 1명, 전·의경 42명, 중앙학교 신입교육생 9명 등 55명이 감염됐는데 이 가운데 51명은 완치됐다. 신종플루 증상이 나타나면 1주일간 출근을 제한하고 공가 처리키로 했다. 또 가족 중 감염자가 있으면 완치 때까지 출근하지 못하게 했다.”
-최근 친서민 정책을 추진 중이다. 앞으로 더 추진할 사항이 있나.
“도둑놈 나왔으면 곧바로 잡아주는 게 경찰이 할 일이다. 그게 친서민 아니겠냐. 쌍용자동차 사태 해결되고 나서 슬기롭게 대처했다는 칭찬 전화를 많이 받았다. 우리도 조금만 더 노력하면 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경찰대 정원 120명 중 여학생이 12명인데 더 늘릴 의향이 있나.
“곤란하다. 기획 부서 등에서 여경이 일을 못할 이유는 없다. 하지만 경찰 업무는 어느 정도 근력이 필요한 직업이다. 젊을 때야 형사도 하는데 결혼해서 아기가 생기면 아무래도 많은 제약이 따른다. 현실적으로 무한정 늘리기는 어렵다. 다만 전체 여경을 2014년까지 현재 6500여명에서 1만여명으로 늘릴 계획이다. 미국은 경찰 30%가 여성이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를 경찰청 산하로 갖고 오나.
“추진중이다. 경찰이 국과수를 가장 많이 활용한다. 소속은 행정안전부이고 감독과 운영은 우리가 하다보니까 예산 지원도 제대로 못받고 있다. 검찰도 산하에 감식기관을 갖고 있다.”
-자치경찰제 도입 논의가 다시 나온다.
“일본식 자치경찰이 우리한테 더 잘 맞는다고 본다. 일본은 자치경찰과 국가경찰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행정구역 개편 문제가 먼저 해결되면 자연스럽게 따라서 될 것 같다.”
-행정구역 통폐합이 추진되면 경찰조직도 영향을 받을 것 같다.
“경찰서간 통폐합도 필요하다. 예컨대 서울 송파경찰서는 관할 인구가 80만명이어서 경찰서 하나로는 부족하지만 울릉경찰서는 지구대 정도 인력만 있어도 된다.”
-경찰청 공안 분야인 정보·경비·보안국장이 모두 대구·경북(TK) 출신이다.
“인력 풀이 부족했다. 후보군 가운데 지방청장 나갈 시기가 된 사람이 많았다.”
-총경 이상 간부들에게 내린 골프 금지령은 언제쯤 풀 것인가.
“경찰서장이 아무리 일이 없어도 한가하게 7시간씩 골프 치는 것은 정서에 맞지 않는다. 아직은 일을 열심히 할 때다.” 정리=국민일보 쿠키뉴스 권기석, 사진=김지훈 기자
key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