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발로의 알라마팅가 목사 ″온실가스 배출은 대량학살″

투발로의 알라마팅가 목사 ″온실가스 배출은 대량학살″

기사승인 2009-09-24 17:24:02

[쿠키 사회] “해로운 가스를 대기 중으로 방출하는 건 역사상 어떤 대량 학살보다도 악질적입니다. 각국에서 뿜어내는 이산화탄소와 프레온가스가 기후를 변화시켜 사람과 동·식물은 물론 국가와 문화, 역사를 죽이고 있습니다.”

‘가라앉는 섬’ 투발루에서 온 알라마팅가 루사마(46·사진) 목사는 온실가스 배출을 ‘대량 학살보다 악질적인 행위’로 규정했다. 정중하지만 단호했다. 밤색 피부에 눈빛이 형형한 그를 24일 오후 서울 대현동 이화여대에서 만났다. 국제교육관에서 열린 ‘기후정의를 위한 국제회의’에서 막 발언을 마친 뒤였다.

루사마 목사는 기후변화가 투발루 사람들을 어떻게 위협하는지 사례를 들었다.

“2004년 ‘헤타’라는 태풍이 불어닥쳐 해안가 코코넛 나무들이 송두리째 뽑혀나갔어요. 거센 파도에 아주 넓은 땅이 깎여나갔죠. 헤타가 만든 가장 큰 파도는 투발루 동남쪽에 있는 작은 섬 ‘니우에’를 덮쳤는데 높이 30m인 절벽을 뛰어넘었다고 합니다. 이런 태풍이 다시 온다면 투발루는 어떻게 될지 모릅니다.”

평균 해발 1∼2m의 투발루는 남태평양 한가운데 종잇장처럼 떠 있다. 가장 높은 땅이 해발 3.78m인 비행기 활주로다. 9개 산호섬으로 이뤄진 26㎢의 땅에 1만700명이 사는 세계에서 네 번째로 작은 나라. 투발루는 이미 기후온난화로 불어난 바닷물과 남·북극 빙하가 녹아내린 물에 잠겨 국토의 상당 부분을 잃었다.

기후변화는 자급자족하는 투발루 주민의 먹을거리도 빼앗고 있다. 뜨거워지고 산성화하는 바다 속에서 산호초가 시들고 물고기는 죽어간다. 산호초는 폭풍과 해일로부터 투발루를 지키는 1차 방어선이다.

“1년간 사용할 물이 발생하는 우기에 비가 내리지 않아 가뭄은 더욱 심해지고, 농작물은 말라 죽고 있어요. 또 얇은 땅으로 바닷물이 스며들면서 땅과 식물이 죽고 있어요. 지하수는 더 이상 먹을 수 없게 됐고요. 이 때문에 정부는 지난해 2차례 비상 사태를 선포했습니다.”

과학자들은 투발루가 앞으로 더 심각한 가뭄을 겪을 것으로 전망한다. 또 해수면이 지구 평균보다 3배 가량 빠른 속도(연 5.3㎜)로 상승하고 있어 30∼50년 안에 완전히 가라앉을 수 있다고 경고한다. 루사마 목사는 이런 상황이 투발루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담배 연기가 집을 뒤덮는다면 거기 사는 모든 사람에게 해롭겠죠. 우리는 지구라는 공동의 집에서 함께 삽니다. 이 순간 투발루 사람들의 생사를 가르는 문제는 모든 나라 사람의 생사를 가릅니다. 우리 모두 투발루 사람이라는 마음으로 함께 기후변화에 대처해야 합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강창욱 기자,사진=구성찬 기자
kcw@kmib.co.kr
강창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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