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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 지구촌]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 성립이후 60년의 변화는 한마디로 천지개벽(天地開闢)이다. 중국 언론은 건국 60년의 변화상을 ‘컬러로의 혁명’ ‘식량 구입표에서 인터넷 쇼핑’ 등으로 표현한다. ‘먹을 수 있으면 무엇이든 먹던 시대에서 먹고 싶은 것을 먹는 시대로’로 변했고, 이제 모든 국민이 비교적 안정되고 풍요로운 생활을 누리는 ‘샤오캉(小康)사회’로 나아가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흑백에서 컬러로=요즘 베이징전람관에서는 ‘휘황(輝煌)-중화인민공화국 성립 60주년 성과전’이 열리고 있다. 지난 24일 전람관 입구에는 많은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서 입장을 기다리고 있었다. 건국 60주년 기념일(10월1일)이 다가오면서 관람객이 부쩍 늘었다고 한다. 장쩌민(江澤民) 전 국가주석을 비롯해 후진타오(胡錦濤) 주석과 우방궈(吳邦國)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 원자바오(溫家寶) 총리 등도 지난 19일 이곳을 관람했다.
전람관을 들어서자마자 제일 먼저 눈에 띄는 것이 입구에 있는 마오쩌둥(毛澤東), 덩샤오핑(鄧小平), 장쩌민, 후진타오 주석 4세대 지도자들의 초상화였다. 건국 60년을 이끌어온 이들 4명의 지도자 옷차림은 중국의 변화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마오쩌둥의 국방색 ‘중산복(中山服)’ 차림은 세련미를 거듭해 4세대 후진타오 주석에 이르러서는 한때 주자파(走資派)나 입는 것으로 인식됐던 양복에 빨간색 넥타이로 바뀌었다.
신중국 건국 초기인 1950년대 중국인들의 옷 색깔은 대부분 검은색과 흰색, 회색 뿐이었다. 요즘 도시는 물론 농촌에서도 70∼80대 노인들까지 알록달록한 천연색 옷차림을 하고 다닌다. 우중충한 건물에 빨간색 글씨만 가득했던 거리도 화려하고 생동감 넘치는 천연컬러로 탈바꿈했다. 쌀, 기름, 소금 등을 구입할 때 쓰던 배급표는 이제 박물관에서나 찾아볼 수 있다. 대부분의 중국인들은 대형 백화점 등에서 직접 사고 싶은 것을 사고 인터넷쇼핑을 즐긴다. 콜라나 샌드위치, 햄버거 등 외국 음식은 길거리 어디에서나 맛볼 수 있다.
◇빈곤 사회에서 샤오캉 사회로=신중국 성립 당시 미국의 애치슨 국무장관은 “인민의 밥 먹는 문제가 중국 정부의 첫번째 과제”라고 일갈했다. 당장 먹는 문제도 해결하지 못하는 중국에 대한 폄하성 발언이다. 실제 당시 인구 5억4000 만명인 중국의 식량 생산량은 1억1300만 t에 불과했다. 하지만 지난해 말 13억2800 만명인 중국의 식량 생산량은 5억2900만 t에 이르러 95%의 자급률을 기록했다.
중국에서는 언제부턴가 ‘사오망(掃盲·문맹퇴치)’이란 말이 사라졌다. 개국 당시 총 인구의 80%, 농촌 인구의 95%에 달했던 문맹률은 2001년 9%(성인)로 하락했고, 청장년 문맹율은 4%에 그쳤다. 1952년 3만2000명에 불과했던 대학졸업생 수가 지난해에는 447만8000명으로 늘어났다.
1949년 2만1800 ㎞이던 철도 길이는 2008년 7만9700 ㎞로 4배 가까이 늘었고, 같은 기간 도로 길이도 8만 ㎞에서 378만 ㎞로 50배 가까이 증가했다. 지난해 도시지역 물사용 보급률은 94.7%, 도시가스 사용 보급률은 89.6%로 좋아졌다. 개국 당시 35세이던 평균수명도 지난해 72세로 2배 이상 늘어났다.
중국의 대외 경제규모도 급성장을 거듭했다. 공식 통계가 잡힌 1952년 중국의 GDP(국내총생산)는 276억 달러에 불과했지만 지난해에는 4조4216억 달러로 무려 160배나 늘어났다. 같은 기간 1인당 GDP도 48달러에서 3300달러로 69배 증가했다. 이 기간 무역규모도 26억 달러에서 2조5617억 달러로 985배 늘어났다. 1952년 1억3900만 달러에 불과했던 외환보유액도 올해 6월말 현재 2조1316억 달러로 세계 최대 외환보유국이 됐다.
중국은 지난해 말 세계 3대 경제대국으로 성장했고, 올해 연말쯤엔 2대 경제 대국으로까지 올라설 것으로 관측된다. 일부 전문가들은 중국이 향후 20∼30년 안에 세계 제1의 경제대국으로 부상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베이징=국민일보 쿠키뉴스 오종석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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