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범 양형에 피해자 가족 용서 중요

살인범 양형에 피해자 가족 용서 중요

기사승인 2009-09-29 17:13:01
[쿠키 사회] 재판부가 살인범에게 양형을 선고할 때는 죄질이나 동기 못지않게 피해자 가족의 용서가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29일 대법원이 2008년 7∼12월 1심 판결을 받은 살인범죄(강도살인·살인·살인미수·존속살해) 426건의 양형을 분석해 민주당 우윤근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피해자 가족이 처벌을 원하느냐에 따라 집행유예 선고율이 크게 차이가 났다.

유족이 살인범에 대한 처벌을 원하지 않을 때(116건)는 집행유예 선고율이 39.7%(46건)를 기록했지만 처벌을 원할 경우(179건)에는 98.9%가 실형(집행유예 선고 2건)을 선고받았다. 426건 중 추적이 불가능하거나 유족이 뚜렷한 입장을 밝히지 않은 경우는 131건이었다.

범행 이후 유족과의 합의나 반성 여부도 양형에 중요하게 작용했다. 피해자 측과 보상에 관한 합의에 이르렀을 때 35.1%를 기록한 집행유예율은 합의하지 못했을 경우 1%로 낮아졌다. 유족에게 용서를 비는 등의 피해회복 노력을 보였을 때는 31.3%의 살인범에게 집행유예가 선고된 반면 노력을 보이지 않았을 경우 집행유예율은 1.7%에 불과했다.

서울남부지법은 지난 1월 남편에게서 “지긋지긋하다”는 말을 들었다는 이유로 한 살배기 아들과 강물에 뛰어들어 동반자살을 시도해 아들만 숨진 혐의로 기소된 A씨(30)에게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A씨 남편이 선처를 호소했고 A씨가 깊이 반성한다는 이유였다. 서울중앙지법과 서울고등법원은 술에 취해 행패를 부리는 시동생을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로 지난 3월 기소된 B씨(47)에게 징역 3년,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법원은 “피해자 어머니가 B씨의 처벌을 바라지 않으며 선처를 호소한 점, 우발적인 범행인 점을 참작했다”고 밝혔다.

서울중앙지법 관계자는 “형을 선고할 때는 피고인의 죄질뿐 아니라 재범기간, 가정환경, 반성 여부 등이 종합적으로 고려된다”며 “범행 후 자신의 죄를 인정하고 용서를 구하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형량 감경 사유”라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양진영 기자
hansin@kmib.co.kr
양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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