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가 열리기 전 두산 김경문 감독은 “우리가 롯데보다 앞서는 것은 수비다. 큰 경기에선 수비 차이가 큰 구멍이 되는 경우가 많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롯데의 실책이 가장 많고 실점으로 연결되는 실책이 다른 팀보다 잦다는 이유였다.
김 감독 말처럼 팽팽하던 승부는 결국 수비에서 갈렸다. 하지만 아쉬운 수비로 결승점을 헌납한 쪽은 김 감독의 예상과 달리 롯데가 아니라 두산이었다.
홍성흔의 적시타와 김현수의 홈런으로 1-1로 맞서있던 6회 롯데는 이승화 조성환의 연속안타로 무사 1,2루 기회를 잡았다. 이대호가 병살타를 치며 2사 3루로 바뀐 순간 김 감독은 ‘믿을맨’ 임태훈을 마운드에 올리는 승부수를 던졌다. 그러나 임태훈의 낮은 투구를 포수 용덕한이 뒤로 빠뜨리면서 뼈아픈 결승점을 헌납했다.
2-1로 팽행하던 승부가 기운 것은 8회초. 2사 2루에서 조성환이 바뀐 투수 고창성을 상대로 우익수를 훌쩍 넘기는 3루타를 치며 김주찬을 불러들였고, 이어 이대호가 중전 적시타를 쳐내며 4-1로 점수차를 벌렸다.
두산도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8회말 2루타를 치고 나간 임재철을 고영민이 적시타로 불러들여 2점차까지 추격했고, 김현수의 안타와 김동주의 고의4구로 2사 만루의 호기를 잡았다. 그러나 대타 정수빈이 땅볼로 물러나면서 분루를 삼켰다. 롯데는 9회초 박기혁의 적시타와 김주찬의 2타점 2루타로 3점을 추가하며 승부를 결정지었다.
롯데 선발 조정훈은 포스트시즌에 사상 첫 등판한 선수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만큼 침착했다. 7⅔이닝 동안 삼진을 7개나 빼앗으며 5안타 2실점으로 승리의 견인차가 됐다. 풀타임 선발 첫 해인 올해 다승왕을 거머쥔 게 운이 아님을 보여준 셈이다.
롯데 주장 조성환은 전날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작년을 떠올리면 우울해진다”며 “겸손하고 차분하게 매 게임 임하되 승부에서 이길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이날 경기장에서 자신의 말을 지켰다. 4타수 4안타 1볼넷으로 100% 출루하며 만점 활약을 펼쳤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정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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