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최근 국회에 제출한 내년도 예산안 중 일부가 법규에 어긋나거나 당초 약속과는 다르게 편성된 것으로 드러났다. 평균 54% 올리면서 제도 개선에 쓰겠다고 한 부동산 등기수수료 수입이 일반예산으로 잡혔고 사법연수원생에게 지급되는 수당은 규정보다 2배 많게 편성됐다.
◇제도 개선 위해 수수료 인상한다더니=본보가 16일 입수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2010년도 대법원 소관 예산안 검토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대법원 등기특별회계에 없었던 일반회계 전출금 항목 100억원이 내년 예산 항목에 새로 생겼다. 지난 6월 부동산 등기수수료가 인상됨에 따라 ‘면허료 및 수수료’는 올해(2035억여원)보다 11% 늘어난 2238억여원을 거둬들일 것으로 예상되지만 추가 세입 가운데 100억원을 등기제도 개선과는 상관없는 일반회계 항목에 사용한다는 의미다. 반면 기본경비는 동결되고 인건비와 주요 사업비는 줄었다. 대법원은 당시 부동산 이전등기 수수료 등 각종 수수료를 평균 54% 인상하면서 “수수료 인상으로 확보한 재원은 모두 등기제도 개선에 사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규정 무시한 사법연수원생 수당=보고서는 내년 예산안에 포함된 사법연수원생 봉급이 실제 지급해야 할 액수보다 15억4274억원 초과 편성됐다고 지적했다. 연수원생의 교육기간이 23개월이므로 지급해야 할 액수도 23개월에 맞춰 편성해야 하지만 예산안은 24개월 기준으로 산정됐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지난해 연수원생 봉급도 당초 363억원이 편성됐지만 이 중 22억여원이 지급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아울러 2년차 연수원생에게 지급하는 정근 수당도 기준의 2배로 책정했으며, 10%를 웃도는 법관 이직률을 감안하지 않은 채 결원율을 1%로 잡은 것도 예산 덩치만 키우는 사례라고 지적했다.
◇로스쿨 학생 복사비까지 세금으로=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학생에게 대법원 예산이 지원되는 것도 도마에 올랐다. 대법원은 일반재판 운영경비 항목에 로스쿨을 대상으로 소송 기록을 복사해주는 비용(5000만원)과 실무교육교재 개발비(6500만원) 항목을 예산에 넣었다. 보고서는 “법학전문대학원생은 사법연수원생과는 다르다”며 “대법원이 로스쿨 교재 개발예산까지 배정해야 하는지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서울동부지법 등 일부 법원이 최근 5년간 계속해서 토지매입비 예산만 편성하고 토지 구입을 하지 않았다며 토지 구입 가능성이 없으면 해당 예산액을 모두 깎아야 한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이에 대해 대법원 관계자는 “등기특별회계의 경우 지난 6월 등기수수료 인상폭을 정한 뒤 9월 들어 부동산 거래가 활성화되면서 내년도 예상 세입이 늘어난 측면이 있다”고 해명했다.
선정수 기자 js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