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의 도움으로 38년만에 가족 찾은 정신지체 장애인

공무원의 도움으로 38년만에 가족 찾은 정신지체 장애인

기사승인 2009-12-21 20:46:00
[쿠키 사회] 사망처리된 채 자신이 누군지도 모르고 살아왔던 정신지체 장애인이 한 공무원의 도움으로 38년 만에 가족을 찾았다.

화제의 주인공은 충북 충주시 이류면의 한 과수원 농가에 머슴일을 하고 있던 이철우(59)씨.

이씨는 1971년 무렵 가족들과 떨어진 뒤 강원도와 충북지역 농가에서 ‘송광우’라는 이름으로 머슴살이를 하며 살아왔다. 가족들은 이씨가 죽은 줄 알고 그동안 제사까지 지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의 딱한 사정을 접한 충주시 이류면 이동일(48) 산업담당 직원은 이씨를 지난해부터 데리고 있던 홍융기(54)씨와 함께 이씨 가족을 찾아 나섰다. 이씨가 가끔 정신이 돌아올 때면 보은군 회인면 얘기를 자주해 보은군 행정망을 통해 이씨의 주민등록을 찾으려 했으나 실패했다.

이동일씨는 보은군 회인면 용촌리 용산골과 애곡리 복우실 일대의 노인정을 상대로 이씨를 아는 사람을 수소문한 끝에 이 마을에 사는 정진홍(71)씨로부터 이씨가 자신의 집에서 5년간 머슴일을 한 철우씨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또 그동안 이씨의 형수 고영순(61)씨와 연락을 주고받던 보은군 회인면사무소 김영구(56)씨도 이씨를 보자마자 “철우네, 철우 맞지”라며 이씨의 신원을 확인해줘 이씨의 형수에게 연락, 38년 만에 가족을 만나게 됐다.

청주시 복대동에서 조카들과 함께 살고 있는 형수 고씨는 “시동생은 1971년 무렵에 행방불명돼 사망처리가 된 상태”라면서 “그동안 제사도 지냈는데 이렇게 살아 돌아왔다”며 반가워했다.

한편 이씨는 지난 15일 새 주민등록증도 받았고 기초생활수급자로 등록돼 이제 안정적인 생활을 하고 있다. 충주시 이류면사무소는 이씨의 생활을 최대한 지원하면서 정신지체장애인 등록절차도 밟아줄 계획이다.

이동일씨는 “업무 관계로 홍씨의 과수원에 출장을 나갔다가 이씨의 딱한 사연을 접하고 도와주게 됐다”면서 “떠돌이 생활을 하던 이씨가 이제는 호적도 찾고 어엿한 국민으로 살 수 있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충주=국민일보 쿠키뉴스 이종구 기자 jg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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