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만여명을 수용하는 북미 최대규모의 거대한 에어돔 체육관 BC 플레이스를 가득 채운 관중들은 개막식 시작부터 끝날 때까지 쉼없이 손을 흔들고, 일어서 춤을 추며, 고함을 질러댔다.
개막식의 마지막 부분의 타이틀은 ‘캐나다에 영감을 주는 사람(Canadian Inspiration)'이었다. 릭 한센이 먼저 등장했다. 그는 열 다섯의 어린 나이에 사고로 다리를 잃었지만 휠체어를 타고 2년에 걸쳐 34개국을 달리는 세계 일주를 해냈다. 세계 일주 동안 1000만달러의 성금이 모였고 이 돈은 전 세계 장애인의 삶 개선에 쓰여졌다는 그의 얘기가 영상에 펼쳐진 후 릭 한센이 휠체어를 타고 직접 등장하자 열기는 최고조에 달했다.
그러나 곧이어 테리 폭스의 영상이 대형 전광판에 나오자 거대한 돔은 쥐죽은 듯 조용해졌다. 골육종으로 오른쪽 다리를 잃은 그는 캐나다 대륙 횡단 마라톤을 통해 암 연구 기금 조성의 기초를 닦았지만 폐로 전이된 암세포 때문에 달리기를 마치지 못하고 숨을 거뒀다. “달리기를 멈출 수 없다. 내가 못한다면 누군가 이끌어갈 사람이 필요하다”고 호소하는 그의 생전 육성이 잦아드는 순간 동계 패럴림픽을 밝혀줄 성화가 등장했다.
개막식 주제 ‘하나가 다수를 움직인다(One inspires many)’에도 절묘하게 맞아떨어졌다. 테리 폭스의 달리기가 캐나다인들을 하나로 뭉치게 했고, 테리 폭스의 외침이 전 세계인들로 하여금 암 퇴치기금 마련에 나서게 했기 때문이다.
식전 공연부터 성화 점화까지 이 주제는 일관되게 유지됐다. 2010 밴쿠버 동계 패럴림픽 개막식은 결코 좌절하지 않았던 테리 폭스의 달리기야말로 패럴림픽의 근본 정신이라는 점을 다시 각인시키는 자리가 됐다. 밴쿠버=국민일보 쿠키뉴스 정승훈 기자 shj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