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쿠버 패럴림픽] 사직구장 신문지 응원, 밴쿠버에서 재현?

[밴쿠버 패럴림픽] 사직구장 신문지 응원, 밴쿠버에서 재현?

기사승인 2010-03-13 19:33:00

[쿠키 스포츠] 부산 사직구장에서나 볼 수 있던 신문지 응원이 캐나다 밴쿠버에서?

캐나다 밴쿠버의 BC플레이스에서 13일(한국시간) 성대하게 열린 개막식에 참석한 관객들은 각 좌석에 놓여있는 물건들을 보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컬러풀한 우의(雨衣), 손바닥 만한 은박지, 그리고 정체가 불분명한 종이 술(종이로 풍성하게 만든 여러 가닥의 실) 하나였다.

우의는 입으라는 지시가 떨어졌다. 각 좌석엔 하나씩이었지만 6만명에 달하는 관객들이 입으니 마치 카드섹션같은 그림이 만들어졌다. 흰색과 하늘색, 파란색과 초록색 등 4가지 색깔이 물결치는 듯한 모양새로 BC 플레이스를 휘감았다.

은박지는 특정 아티스트가 공연할 때 손에 들고 흔들라는 안내가 이어졌다. 어떤 의도로 구분된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조명이 밝고, 강한 록음악이 연주될 때 은박지는 사용됐다.

마지막으로 종이 술. 야구 중계를 봤다면 눈에 익숙할 만한, 롯데 팬들이 단체로 흔드는 신문지 응원도구와 꼭같이 생겼다. 크기가 다소 작고, 흰색 종이로만 만들어졌다는 게 달랐다. 하지만 차이는 더 있었다. 자세히 살펴보니 손잡이 부분이 플라스틱으로 되어 있고, 버튼 하나가 달려 있다. 이 버튼을 위로 올리면 종이 술 사이에 숨겨져 있는 3개의 꼬마전구가 점멸등으로 변한다. 크리스마스에 트리에 다는 꼬마전구 그것과 마찬가지다.

BC 플레이스의 조명이 꺼졌을 때, 어두워졌을 때는 어김없이 6만명이 이 보잘 것 없어 보이는 종이 술을 들고 흔들었다. 그러면 거짓말같이 아름다운 광경이 펼쳐졌다. 캄캄한 적막 속에서 반짝거리는 18만개의 점멸등. TV 화면을 통해 ‘야, 멋지다. 어떻게 저런 모습을 연출했지?’라고 생각했던 그 장면은 그렇게 만들어졌다.

신문지 한 장은 별다른 의미가 없지만 수만 개가 모이면 강력한 응원도구가 되듯 이 종이 술도 마찬가지였다. 일부는 들고 일부는 무시했다면 그토록 멋진 광경을 연출하진 못했을 것이다. 6만명이 모두 흔드는 종이 술은 관객 모두에게 함께 공연을 만들고 있다는 자긍심과 함께 그 어떤 것으로도 대신할 수 없는 아름다움을 만들어냈다. 글·사진 밴쿠버=국민일보 쿠키뉴스 정승훈 기자 shj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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