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사회] 정모(41)씨는 지난해 12월 일본 도쿄 미쯔비시 백화점의 한 보석 전문점에 들어갔다. 그는 종업원에게 반지를 여럿 보여 달라고 한 뒤 양손에 두 개씩 끼우고 “계산해 달라”고 부탁했다. 그가 착용하고 있던 반지에는 1.02캐럿~1.62캐럿의 다이아몬드가 박혀 있었다. 종업원이 계산기를 두드리는 사이 정씨는 그대로 달아났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3부(부장판사 홍승면)는 일본 태국 대만 등을 돌며 9억여원어치의 보석을 훔친 혐의(절도) 등으로 기소된 정씨에게 징역 4년을 선고했다고 27일 밝혔다. 재판부는 “피해액이 고액인데도 아무런 피해 회복이 이루어지지 않아 죄질이 무겁다”고 설명했다.

정씨의 수법은 언제나 비슷했다. 지난해 8월에는 태국 방콕의 한 보석상에 들어가 다이아몬드와 루비 등이 박힌 반지 4개를 끼고 달아났다. 지난 1월에는 대만 타이베이에 있는 보석 매장에서 다이아몬드 반지를 낀 채 주인에게 “저쪽에 있는 핑크색 시계를 보여 달라”고 부탁했다. 주인이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정씨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해외를 돌며 대담하게 범행하던 정씨는 엉뚱한 곳에서 덜미를 잡혔다. 지난 1월 말 귀국한 정씨는 지인을 만나 흉기로 위협한 뒤 2000만원을 빼앗으려다 경찰에 체포됐고, 수사 과정에서 그 동안의 절도 행각이 드러나 구속됐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양진영 기자 hans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