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중훈-정유미, 신인감독과 함께 충무로 뒤집어보나

박중훈-정유미, 신인감독과 함께 충무로 뒤집어보나

기사승인 2010-05-10 08:36:00

[쿠키 영화] 주연 배우 두 명의 캐릭터와 스토리가 이렇게 절묘하게 어울릴 수 있을까 싶다. 웃음 코드와 드라마가 빈틈없이 조여져 있는 듯 한 느낌은 분명 없는데, 동시에 빈 공간을 찾기 어렵다. 마치 무술 고수의 허허실실 무공을 보듯이 말이다.

영화 ‘내 깡패 같은 애인’은 직장을 구하기 위해 서울로 떠나는 88만원 세대 ‘한세진’ (정유미 분)의 취업 고군분투기와 싸움도 못하면서 건달의 자존심은 지키고 싶어하는 ‘오동철’ (박중훈 분)의 삼류 인생기가 만나면서 시작되는 로맨틱 코미디다. 스토리를 간략 압축한다면 반지하 이웃으로 사는 한세진과 오동철이 티격태격하는 가운데에서도 서로 애정이 싹트기 시작했고, 한세진의 취업을 위해 오동철이 도와준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어떻게 보면 뻔(?)할 수 있는 이야기를 뻔하지 않게 만든 것은 신인 감독의 스토리텔링 능력이 우선된다.

대학 동기 중 고학력임에도 불구하고 취직을 못해 괴로워했던 친구의 모습을 보고 위로하고 싶은 마음에 시나리오를 써내려 갔다는 김광식 감독은 대중이 원하는 드라마와 코믹 요소를 정확히 읽고 있었다. 이를 바탕으로 했기에 8억 2000만원에 불과한 제작비로 관객석을 들었다놨다를 반복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런 감독의 의도를 파악하고 관객들에게 직접 어필한 배우 박중훈과 정유미는 각각 ‘부활’과 ‘재발견’으로 정의내릴 수 있다.

사실 박중훈은 ''''해운대''''가 천만관객을 모았을 때도 그 영광의 주인공이 되지는 못했다. 언론시사회 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박중훈이 “‘해운대’ 캐릭터에 대해 만족을 했는데 관객들의 반응은 시원하지 않았다. 무기력한 박중훈의 무기력한 캐릭터에 관객들은 반응하지 않음을 느꼈다”고 말할 정도였다. 당시 ‘내가 네 아빠다’라고 외친 박중훈의 대사에 대한 대중들의 반응은 일종의 ‘조롱’으로까지 비쳐졌다. 그러나 ‘내 깡패 같은 애인’에서의 박중훈은 “너무 오래 누워 있었다. 이제 일어서고 싶다”는 그의 말처럼 일어서다 못해, 다시 뛰기 시작했다.

영화가 이어지는 내내 진지한 표정으로 일관하지만 웃음을 끌어내는 박중훈의 캐릭터는 ‘날것’ 그대로의 3류 건달 인생이다. 동시에 정유미를 무뚝뚝하게 아끼고, 정유미를 위해 희생하는 박중훈 역시 사람 냄새 그윽하게 풍기는 캐릭터다. 본인 스스로 말했듯이 몸에 꼭 맞는 옷을 입은 셈이다.

정유미의 ‘재발견’은 다행이면서도 아쉬움이었다. 2006년도 ‘가족의 탄생’으로 가능성을 인정받으며 왜 2006년도 청룡영화상 여주조연상을 수상했는지를 확인시켜주는 대목에서는 다행이지만, 이후 ‘차우’와 ‘10억’등에서 자신의 연기력을 보여주지도 못한 채 여지없이 무너진 것은 아쉬운 부분이다. 취업준비생으로서 무너지고 또 무너지며, 마지막 면접 때 자신의 이력이 아닌 실제 실력을 테스트 받으면서 당당히 합격한 모습이 지금의 그녀와 닮았다. 영화가 정유미를 이해했기에, 정유미 역시 영화를 잘 표현했기 때문이다.

대선배인 박중훈에게도 밀리지 않으며, 자신의 페이스를 그대로 지켜나갔다. 그러다보니 박중훈-정유미의 두 축은 고스란히 영화를 끌고나갈 수 있게 만들었고, 이는 김광식 감독이 의도하는 바를 보는 이들에게 120% 전달시켰다.

88만원 세대의 취업 도전기도 사실적으로 그렸다. 정유미가 취업을 위해 면접관 앞에서 치욕스러운 모습을 보이는 것이나, 취업을 빌미로 성적 관계를 요구하는 얕은 권력을 가진 자의 모습은 김 감독이 영화를 통해 사회에 어떤 메시지를 던지고 싶었는지를 잘 보여줬다.

수백억 제작비와 한류 스타급 배우들을 줄 세워놓지 않으면 뭔가 불안감을 느끼는 영화계 바닥에 신인감독과 ‘쓰러져간다’는 평가를 받은 배우, 그리고 어찌보면 아직은 신참 티를 벗지 못한 여배우가 어떤 바람을 일으킬 지 기대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 싶다. 5월 20일 개봉.

국민일보 쿠키뉴스 유명준 기자 neocross@kukimedia.co.kr
김은주 기자
neocross@kukimedia.co.kr
김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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