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 못 보여준 태연 거북한 ‘태연 뮤지컬’

연기 못 보여준 태연 거북한 ‘태연 뮤지컬’

기사승인 2010-05-10 10:19:00

[쿠키 연예] 스크린이나 브라운관에서 활동하고 있는 배우들에게 뮤지컬 도전 의향을 물으면 ‘가창력’을, 가수들에게 물으면 ‘연기력’을 거론하며 쉽게 도전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라고 말한다. 뮤지컬 배우는 연기력-가창력-담력은 물론 직접 관객 앞에서 상대 배우와의 절묘한 호흡까지도 보여줘야 한다.

뮤지컬 ‘태양의 노래’에서 보여준 ‘소녀시대’ 태연은 아이돌 스타의 티켓파워는 여실히 보여준 것인지는 몰라도, 왜 가수들이 쉽게 뮤지컬 무대에 오르지 못하는 이유를 다시 한번 확인시켜 줬다.

‘태양의 노래’는 색소성 건피증으로 햇빛을 볼 수 없어 밤에만 외출하는 소녀와 서핑을 좋아해 늘 태양 아래에 사는 소년의 운명적인 사랑을 그린 일본소설이 원작이다. 동명 드라마로도 방영됐고, 2006년 영화로 개봉돼 국내 관객들에게 소개된 바 있다.

태연은 색소성 건피증을 앓고 있지만 삶에 대한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자신이 직접 쓴 노래를 부르며 사는 여주인공 ‘카오루’를 연기한다. 태연은 그동안 보여준 가창력을 무대에서도 뽐냈다. 그동안 몇몇 아이돌 스타들이 보여준 아슬아슬한 경계가 아닌, 안정적이면서도 편안한 음색을 관객들에게 들려줬다. 그러나 여기까지다. 태연은 연기를 보여주지는 못했다. 이는 태연의 연기력 자체의 문제라기보다는 다른 배우들과의 조화에서부터 시작해 뮤지컬 적인 요소에 태연이 들어가지 못한다는 점까지 거론될 수 있다.

‘태양의 노래’가 태연의 독창회 무대라면 모를까, 태연과 여타 배우들과의 어우러짐이 관객들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못했다. 기타를 직접 연주하지 못하는 모습조차 낯설었다. 태연의 열혈 팬들에게는 ‘문제없는’ 무대로 비쳐질지 몰라도, 뮤지컬 팬들에게는 거북할 수 밖에 없는 무대인 셈이다. 제작진이 마치 바쁜 아이돌 멤버의 스케줄에 맞춘 듯, 무대를 구성한 느낌마저 줬다.

사실 이는 태연의 잘못이라기 보다는, 아이돌 스타를 캐스팅하며 벌어질 수 있는 일을 충분히 예상치 못한 제작진이 되돌아봐야할 부분이다. 이럴 경우 자칫 훌륭한 연기를 펼치는 다른 배우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쳐 극 구성과 스토리 자체가 무너질 수 있기 때문이다. 즉 뮤지컬 ‘태양의 노래’가 아닌 태연의 뮤지컬만 남는 셈이다.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29일까지 공연되는 ‘태양의 노래’가 마지막 공연까지, 태연에 의한 태연을 위한, 그리고 소녀시대 팬들을 위한 뮤지컬에서 얼마나 벗어날 수 있을지 관심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유명준 기자 neocross@kukimedia.co.kr
김은주 기자
neocross@kukimedia.co.kr
김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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