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 꿈꾼 부활, 3천여 관객에게 ‘최고 전성기’ 선보이다

‘부활’ 꿈꾼 부활, 3천여 관객에게 ‘최고 전성기’ 선보이다

기사승인 2010-05-22 09:53:01

[쿠키 연예] “저는 개인적으로 이렇게 아름다운 광경을 처음 봅니다. 그동안 전성기가 많았지만, 제게는 2010년이 최고의 전성기인 것 같습니다”

그룹 부활이 ‘부활’했다. 그 서막은 리더 김태원의 예능 출연으로 시작했지만, 현재는 멤버 개개인의 음악성으로 ‘부활’을 대중들에게 선보이고 있다. 김태원의 말처럼 2010년은 부활에게 최고의 해다. 1986년 데뷔 후 정상을 맛보기고 했지만, 동시에 밑바닥까지 내려갔던 부활이기에 최근의 인기는 이들 경력에 ‘최고’라는 수식어가 어색하지 않을 정도다. 그리고 부활은 2010년 5월 21일 서울 등촌동 88체육관에서 열린 ‘부활단독콘서트 Wonderful Days Vol 2’에서 3000여 관객들에게 이를 증명했다.

이번 콘서트는 지난 3월 홍대에서 개최한 콘서트 ‘Wonderful Days’ 연장선상에 있다. 당시 8회 공연이 매진되면서 인기를 모았던 부활이 큰 무대를 마련해 더 많은 관객들과 호흡하고자 마련한 것이다. 부활의 ‘부활’은 콘서트 시작 전부터 확인됐다. 88체육관 입구에 끝도 없이 늘어선 줄은 이들이 2010년 최고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음을 보여줬다. 덕분에(?) 콘서트는 예정된 오후 5시보다 30분 늦게 시작했다. 그러나 불평하는 관객들은 없었다. 멤버들의 준비 부족이 아닌, 입장을 위해 길게 늘어선 팬들로 인해 지연됐기 때문이다.

5시 30분. ‘너 뿐이야’로 무대를 연 부활은 ‘회상 1’까지 부른 뒤 멤버 개개인들의 소개로 이어졌다. 특히 예능프로그램 ‘남자의 자격’으로 국민적 사랑을 얻은 리더 김태원의 인기는 하늘을 찔렀다. ‘우유빛깔 김태원’을 연호하는 팬들의 목소리에 김태원은 감격스러웠는지 “지금이 최고의 전성기”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얼마 전 김장훈 씨 콘서트에 가서 4만 5000여명 앞에서 기타를 쳤습니다. 기쁜 얼굴을 하고 있었지만, 속으로는 울고 있었습니다. 우리는 언제 이런 공연을 할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러분 도와주십시오. 이제 부활도 그 대열에 서겠습니다”라며 좀더 큰 꿈을 제시해 박수를 받았다.

이날 무대는 이전의 부활 무대와 달랐다. 보컬이 전면에 나온 것은 그대로지만, 그동안 왼쪽을 담당했던 베이스 서재혁이 뒤로 빠지면서, 드럼 체재민이 왼쪽을 장악했다. 이에 체재민은 “제가 음악한 지 23년 만에 앞으로 나왔습니다. 일부러 멤버들에게 이렇게 배치해달라고 말했는데 여러분들의 모습을 보니 좋군요”라며 “그동안 정동하, 김태원 뒤태만을 봤는데, 사실 웬만한 여자보다 나아요. 그런데 오늘 옆에서 보니 옆모습도 괜찮네요”라고 말해 공연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이날 공연의 분위기는 확실히 높은 연령대가 관객석을 장악했음을 보여줬다. ‘생각이나’ ‘동화’ ‘흑백영화2’ 등에는 딱 ''콘서트 팬''다운 반응을 보이며, 따라부르기 버거워했던 관객들이 ‘네버앤딩스토리’ ‘사랑할수록’ 등을 부를 때는 누가 시키지 않아도 따라 부르며 거대한 노래방을 형성했다.

1부가 끝나고 2부가 들어가기 전 후배 그룹인 트랜스픽션이 게스트로 나와 분위기를 돋았다. 트랜스픽션은 선배 그룹 부활에 대한 존경심을 표하며 ‘Radio’ ‘승리의 함성’을 부르며 부활이 잠시 숨고르기를 할 시간을 제공했다.

1부가 ‘부활’이라는 그룹을 팬들에게 보여줬다면, 2부는 부활 멤버 개개인의 실력을 보여주는 장이었다. 정동하는 솔로로 나와 기타를 치며 영화 원스의 명곡 ‘Falling slowly’를 불러 관객들의 박수를 받았다. 이어 백스크린이 열리면서 등장한 김태원은 기타 솔로를 하려던 중 갑자기 연주를 멈추며 멈칫한 모습을 보여 관객들을 의아하게 만들었다. 김태원은 “죄송합니다. 갑자기 앞이 안보여서 실수를 했다. 다시 시작하겠다”고 말해, 관객들에게는 예능에서의 김태원과 오버랩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베이스 서재혁이 보여주는 솔로 역시 인상적이었다. 서재혁은 다양한 색깔과 입담으로 관객들을 휘어잡았고, 이어 드럼과 함께 연주하며 마치 겨루는 듯한 인상을 주다가 자연스럽게 드럼 솔로로 연결되도록 했다. 체재민의 드럼 실력은 관객들을 무아지경으로 빠지게 했다. 현란함도 드러냈지만, 그보다는 가장 정석의 드럼으로 관객들의 심장 박동수를 드럼과 같이 움직이게 했다. 오죽하면 드럼 솔로가 끝나 후 김태원은 “오늘 기타 솔로는 망쳤고, 드럼 솔로만 살아났다”고 평할 정도였다.

각 멤버들의 솔로 무대가 끝난 후, 공연장은 분위기를 이어받아 광기(?)의 공간으로 변했다. ‘OZ’가 무대에 울려 퍼지자, 관객들은 또다시 즐기기 시작했고, 서재혁 역시 흥을 이기지 못한 채 결국 윗옷을 벗고 연주를 하기 시작했다. 또 걸그룹 카라의 ‘미스터’를 편곡해 관객들에게 즐거움을 주던 중 정동하는 어설픈 엉덩이 춤을 선보이기도 했다.

이때까지 무대를 보면 막내 정동하는 자기 마음껏 뛰어다니며 자신의 역량을 선보였고, 왼쪽에서 기타 김태원, 뒤쪽에서 베이스 서재혁, 그리고 오른쪽에서 드럼 체재민 등의 형들은 든든하게 막내를 받혀주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이날 공연의 공식적인 마지막 곡 ''비와 당신의 이야기''가 울려 퍼지자, 어느 새 형들은 막내 보컬을 받혀주는 모습을 떠나, 기타-베이스-기타의 영역에서 자신들의 역량으로 추억을 말하며 관객들을 하나로 묶어버렸다. 김태원이 “저 뿐만 아니라 멤버 한명 한명 모두 사랑해주세요”라고 굳이 말하지 않아도, 이미 관객들의 시선은 특정 멤버가 아닌 무대 위 ‘부활’로 모아졌다.

이날 앙코르 곡 ‘희야’ ‘희상3’ 등까지 포함해 2시간 30여 분간 3000여 관객들에게 ‘부활’을 증명한 부활은 가장 진솔한 음악에 대한 사랑을 무대에서 보여줬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유명준 기자 neocross@kukimedia.co.kr
김은주 기자
neocross@kukimedia.co.kr
김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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