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人터뷰] 박중훈 “주연? 조연? 배우 박중훈으로 남고 싶다”

[쿠키 人터뷰] 박중훈 “주연? 조연? 배우 박중훈으로 남고 싶다”

기사승인 2010-05-27 11:29:01

"[쿠키 영화] 연기 경력 25년 동안 40편의 영화를 찍었다. 그것도 대부분 주연으로 등장한다. 쉽지 않은 일이다. 많은 배우들이 나이를 먹으면서 젊은 스타 배우의 뒤에 서서 그들을 받혀준다. 주연에서 ‘주연급 조연’이라는 타이틀을 달기도 한다. 그러나 배우 박중훈의 현재는 아직도 ‘주연’이다. 물론 지난 해 1천만 관객을 넘은 영화 ‘해운대’에서는 ‘주연급 조연’이라는 타이틀을 달았다. 혹자는 아예 ‘조연’으로 평가하기도 했다. 영화에서 보여준 박중훈의 모습에 실망해서다. 주연으로, 조연으로 박중훈은 어떻게 다를까.

“글쎄요. 받아들이는 관객들이 알아서 느끼는 것이겠죠. 청룡상때 한 이야기를 거론하시는 분도 있고요. (박중훈은 ‘라디오스타’로 청룡상을 탈 때 주연과 조연을 가리지 않겠다고 말했다) 옛날에는 역할의 크기와 깊이를 같이 생각했는데, 이제는 깊이만 생각하는 편이에요 주연은 크기와 깊이가 다 있어요. 조연은 크기가 작다보니까, 둘 다 없는 경우도 있고 깊이만 있는 경우도 있죠. 제가 ‘스타는 큰 무대에 서기도 하지만, 자기가 서 있는 무대를 크게 만든다’라는 말을 좋아해요. 영화를 40편이나 한 상황에서 이제는 주연 박중훈, 조연 박중훈 보다는 그냥 배우 박중훈으로 남을 것 같아요”

그런 박중훈이 최근 영화 ‘내 깡패같은 애인’에서 몸에 꼭 맞는 옷을 입듯, 제대로 연기했다. 언론은 물론 일반인들의 호평도 이어졌다. ‘해운대’에서 실망한 이들도, ‘내 깡패같은 애인’의 박중훈에게는 박수를 보냈다. 어느 평에는 ‘조연할 때 못하더니, 역시 주연을 하니 잘한다’라는 말까지 남겨져 있을 정도다. 그러나 영화를 보면 실상 박중훈은 혼자서만 잘하는 것이 아니다. 상대 배우인 정유미와의 조화를 기가 막히게 맞춰나갔다. 정유미의 연기도 뛰어났지만, 박중훈이 선배 배우로서 욕심을 조금 더 부렸다면 자칫 정유미는 흐려질 수 있었다. 게다가 감독은 데뷔작품이다. ‘영화가 조화로웠다’는 평을 하자, 박중훈은 ‘가장 좋은 평가’라고 웃었다.

“조화롭게 보였다니 다행이네요. 가장 좋은 평가인 것 같아요. 사실 우리나라는 나이가 계급이고 경력이 계급이잖아요. 그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해요. 감독과의 관계도 인격적으로는 동등하지만 일에 관해서는 명확하게 감독이 최종의사결정권자라는 것을 생각해줘야죠. 지금 대부분 감독들이 저보다 후배에요. 그러다보니 더 조심스럽죠. 차라리 경력이 많은 임권택 감독님은 편해요. 제가 들이대더라도 흔들릴 분이 아니기 때문이죠. 창작자의 창의성을 죽여버리고 자기만 돋보이는 것은 잘못이에요. 조화가 중요한 거죠”



박중훈은 극중 일반인에게도 맞고 다니는 3류 깡패 ‘동철’ 역을 맡았다. 사회에서 ‘루저’다. 그런데 뭔가 껄끄럽거나 부담스럽지가 않다. 밉거나 불쌍한 것은 더더욱 없다. 도리어 어느 정도 이입되는 느낌마저 들었다.

“대부분 영화 속 주인공들은 하자가 있거나 루저, 3류에요. 실제 사회에서 엘리트들의 권력을 가지고 힘을 쓰기 때문에,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자신이 주변인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더 그런 캐릭터에 친근감을 느끼죠. 저같은 경우에는 희한한 것이 유복하게 자랐는데도 불구하고, 루저 역할을 할 때 관객들이 반응이 오는 것 같아요”

박중훈에게 그 ‘반응’이 이번 영화에서 분명하게 왔다. 그리고 사람들은 부활이라는 표현을 썼다. 아마 전작인 ‘해운대’의 영향이 컸을 것이다. 박중훈은 이에 고개를 저으면서도 ‘어쨌든 잘한다는 것’이라고 정리했다.

“부활이라고 말한 의도는 감사한데, 부활은 죽은 다음에 살아나는거잖아요. 저는 죽었다기보다는 잠시 누워있었죠. 그러나 뭐 잘했다는 것이니 기분은 좋죠. 인생을 45년 째 살다보면 그 안에서 잘되는 그래프도 있고 안되는 그래프도 있고 출렁거림이 존재해요. 그러면서 상승하는 거죠. 중요한 것은 타인의 목소리에 흔들리면 안된다는 거예요. 남들이 나에게 해준 이야기를 흡수해야하지만, 그것 때문에 흔들리면 안되죠”

배우 박중훈은 감독까지도 꿈꾼다. 젊은 시절 자신과 같은 배우를 만나 사람 이야기를 만들어보고 싶다고 한다. 내년쯤이면 그 작업에 착수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박중훈은 언제까지 영화를 찍을까.

“한번 생각해 본 적은 있는데 다다익선이라고 많이 하고 싶죠. 연기를 하면 할수록 기쁘지만 동시에 힘들어요. 연기 자체도 그렇지만 대중들이 원하는 것이 신선함이라는 것을 알 때는 더더욱 그렇죠. 쉽지 않은 일이죠. 물론 내가 연기를 계속 하고 싶다고, 언제까지 상황이 주어질지도 모르겠네요. 하지만 분명한 것은 내 배우의 마지막은 내 건강을 잃었을 때라는 거죠”

국민일보 쿠키뉴스 유명준 기자 neocross@kukimedia.co.kr"
김은주 기자
neocross@kukimedia.co.kr
김은주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