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화 바탕 ‘포화속으로’ 감정 이입 ‘충분’…과도한 설정은 부담

실화 바탕 ‘포화속으로’ 감정 이입 ‘충분’…과도한 설정은 부담

기사승인 2010-06-04 16:00:01

[쿠키 영화] 영화 <포화속으로>는 개봉일이 결정되는 순간 삐딱한 시선을 제일 먼저 만나야 했다. 한국전쟁 발발 60주년인 2010년, 전쟁에 상업성만 부여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었다. 여기에 영화를 총괄하는 이재한 감독의 미국에서 삶이 한국전쟁에 대한 인식 부족으로 연결될 것이라는 추측도 나왔다.

3일 서울 건대 롯데시네마에서 국내 첫 선을 보인 영화 <포화속으로>는 이러한 우려를 어느 정도 해소시키며 상영영화 속 한국전쟁이 관객들에게 다양하게 어필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또한 4명이 보여준 연기력은 안정-발전이라는 키워드를 드러내며, 또다른 재미를 관객들에게 선사했다. 물론 과도한 영웅주의의 묘사는 자칫 거부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여지를 제공했다.

실화 바탕 속 공감 이끌어내

<포화속으로>의 가장 큰 장점은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한국전쟁과 학도병을 소재로 했다는 점이다. 이는 영화에 대한 앞뒤 설명이 따로 필요없이 감독과 배우들이 보여줄 수 있는 역량을 직구로 관객들 가슴에 꽂을 수 있다. 더구나 한국전쟁 당시 포항에서 71명의 학도병들이 실제로 치룬 전투를 바탕으로 했다는 점에서 관객들에게 어필하는 영역은 더욱 넓어진다.

시사회 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구갑조’ 역의 권상우가 “북한군이 어머니를 부르며 죽는 장면에서 그들도 인간이구나라고 생각했을 때 슬펐고, 오장범이 학도병들에게 자기 최면을 거는 장면은 아마 대한민국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울컥거릴 것”이라고 말한 것 역시 한국전쟁과 실화가 바탕에 이뤘기에 충분히 느낄 수 있는 감정이다.

차승원-김승우 안정 연기 속 최승현 발전

영화 개봉 전부터 차승원의 연기는 화제였다. 북한군이 너무 멋있게 나오는 것이 아니냐는 말까지 나올 정도였고, 최승현이 과연 차승원의 카리스마와 맞설 수 있을까라는 우려까지 나왔다. 결과적으로 이 같은 추측들은 어느 정도 맞았다. 차승원은 그가 보여줄 수 있는 몫 이상의 연기를 보여줬고, 엄청난 카리스마로 71명의 학도병들이 처한 상황을 극적으로 만들어줬다.

김승우 역시 안정적인 연기로 여타 배우들의 활동 영역을 넓혀주었다. 애초 스스로 “연기보다도 배우들이 싸우지 않도록 맏형 역할을 맡으라고 캐스팅된 것 같다”고 말했지만, <아이리스>에 이어 자신의 캐릭터를 관객들에게 어필하는 데 충분히 성공했다.

가장 비약적인 발전은 최승현에 있었다. 제작발표회는 물론 여러 기자간담회에서 차승원, 김승우, 권상우가 추켜세울 정도로 기대감을 갖게 했던 최승현은 영화 데뷔로는 성공적이라는 평가 받을 만 했다. 섬세한 감정 표출이나 주연으로서 극에 무게감을 부여하는 데는 다소 부족한 측면이 있지만, 차승원, 김승우, 권상우 등 쟁쟁한 선배들에 기에 눌리지 않고 본인에게 부여된 역할 수행은 충분히 해냈다.

과도한 영웅주의와 뛰어난 영상미 ‘오점’

한국전쟁을 영화화하는 데 있어 상업성을 부여할 때 과도한 설정의 영웅 출연은 자칫 관객들에게 거부감을 일으킨다. 특히 실화를 바탕으로 할 경우 더욱 그러하다. 아쉽게도 <포화속으로>는 그 선을 지키지 못하고 넘어가 버렸다.

기록에 보면 1950년 8월11일 포항여중 전투에서 11시간 반동안 학도병들과 북한군은 4차례 교전을 벌였고, 이 전투로 북한군 60여명의 사망했고, 학도병은 48명이 숨졌다. 그런데 영화는 어느 새 ‘구갑조’와 ‘오장범’이라는 2명의 ‘람보’를 만들어내며 순식간에 수십 명의 시체를 쌓는 놀라운 실력을 보인다. 마치 ‘태극기 휘날리며’에서 구두만 닦던 장동건이 어느 새 ‘슈퍼 솔저’가 되어있는 것과 같이, 총으로 가만히 있는 표적 한번 제대로 맞추지 못하던 ‘구갑조’가 다연발 화기로 북한군을 제압하는 것은 ‘한국적 통쾌함’ 보다는 ‘할리우드식 영웅’에 가깝다. 한국전쟁과 실화에 공감하던 관객들이 받아들이기는 다소 무리한 장면일 수밖에 없다.

또한 ‘내 머리 속의 지우개’에서 뛰어난 영상미를 자랑했던 이재한 감독의 특기가 전쟁영화에서도 너무 과도하게 발휘되어, 처절함조차도 미화된 느낌을 줬다. 다소 거친 느낌이 선사되어야 하는 전쟁영화에서는 ‘과유불급’의 상황이 되어버린 것이다.

결국 관객이 어느 쪽에 무게를 두냐에 따라 호불호는 갈릴 것이다. 한국전쟁과 실화라는 영역에 무게를 두는 관객이라면, <포화속으로>에 공감을 하면서도 과장된 부분에 대해서 거부감을 가질 수 있지만, 상업 영화라는 영역에 무게를 두는 관객이라면 공감대와 더불어 익숙해진 ‘영웅화’ 스토리를 충분히 즐길 수 있을 듯 싶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유명준 기자 neocross@kukimedia.co.kr
김은주 기자
neocross@kukimedia.co.kr
김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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