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연예] 그룹 에픽하이의 리더 타블로(30·본명 이선웅)의 학력 위조 논란이 점점 거세지고 있다. 대다수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는 실시간으로 쏟아지는 타블로 관련 게시물로 도배가 된 지 오래다. 6.2 지방선거를 뜨겁게 달군 ‘북풍’과 ‘노풍’에 이어 ‘타풍’이 불고 있다는 신조어가 등장할 정도다.
△“타블로, 학력 인증해”=‘타풍’의 핵심은 간단하다. 타블로 학력의 진실 여부다. 타블로는 미국의 명문 스탠퍼드대학교 영문학 학·석사 과정을 3년 반 만에 수석 졸업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각종 방송에서 자신의 학력을 수차례 언급한 바 있다.
타블로 학력 위조 논란은 4년 전 한 네티즌이 거론하면서 불거졌다. 한동안 잠잠했던 이 논란이 무슨 이유에서인지 최근 다시 네티즌들의 관심을 집중시키는 이슈로 부각됐고 일부 네티즌들의 공세는 4년 전 수위를 훨씬 넘어서고 있다.
포털사이트 다음 아고라에는 지난 4일 타블로 학력의 증거를 요구하는 청원이 올라왔다. 네이버에 개설된 ‘타블로에게 진실을 요구합니다’ 카페는 8일 현재 회원수만 2만5000여 명에 이른다. 최근 타블로 학력 위조 논란이 온라인을 뜨겁게 달구자, 카페 실시간 접속자가 이례적으로 1000명을 넘어섰다. 이 카페에는 타블로의 학력을 의심하는 각종 자료들이 총망라 되어 있다. 단순히 안티가 꾸민 음모론 수준을 넘어선다.
△타블로는 왜 정조준 당했나=타블로는 오랜 무명 끝에 2005년 에픽하이의 3집 타이틀 곡 ‘플라이(Fly)’로 대중의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정규 앨범 전곡을 작곡하고 세상을 바라보는 날카로운 시선과 특유의 철학이 담긴 가사는 그의 학력과 오버랩되면서 시너지 효과를 일으켜 그를 지적인 힙합 뮤지션으로 만들어줬다. 타블로 덕분에 에픽하이는 국내에서 가장 대중성을 갖춘 힙합 그룹이 됐다.
하지만 대중의 호평은 그리 오래 가지 않았다. 일단 타블로의 음악성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에픽하이가 해외 유명 뮤지션의 곡을 차용했다는 샘플링(Sampling) 논란은 지금도 제기되고 있다. 그의 국적이 캐나다인 점을 들어 병역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민감한 지적도 이어졌다. 힙합 뮤지션이 금융기관 광고에 등장한 점도 비판의 대상이 됐다.
가요계 한 관계자는 “타블로의 학력 위조 논란은 애초 대중의 시샘에서 출발한 측면이 크다”면서도 “한 가지 문제가 의혹을 사다보니 병역 문제와 음악성 논란도 동시에 제기된 상태”라고 지적했다.
△누구도 검증하지 않았다=타블로는 데뷔 이후 각종 방송에서 자신의 학력을 공개했다. 하지만 직접적인 증빙 서류가 공개된 적은 없다. 타블로 학력 위조 논란이 점화된 이유다. 그는 자신의 트위터에서 “저와 저의 학교, 일반 인터넷 사용자들, 다양한 방송 관계자들과 기자들이 모두 저의 학력을 수차례 인증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의 주장을 인용 보도한 인증이 대부분이다.
타블로가 학력 위조 논란을 잠재울 수 있는 방법은 아주 간단하다. 졸업 증빙 서류를 공개하면 된다. 침묵이 의혹을 키우고 있다는 사실을 타블로는 인지할 필요가 있다.
물론 개인의 학력은 사생활 범주에 들어갈 수 있는 민감한 문제다. 하지만 학력을 인기에 활용한 연예인 등 공인이라면 사정이 달라진다. 2007년 미국 예일대 졸업증명서를 위조해 교수직을 얻은 혐의로 기소된 신정아 사건이 대표적이다. 당시 후폭풍으로 인해 수많은 연예인들은 거짓 학력을 고백하며 고개를 숙였다.
타블로 학력 위조 논란의 핵심은 그가 스탠퍼드대를 졸업했는지 여부뿐이 아니다. 그의 학력이 인기에 활용된 측면에 강한데도 불구하고 아무도 이를 검증하지 않았다는 것 역시 중요한 문제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조현우 기자 can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