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연예] 정슬기의 앳띤 얼굴이 신인 가수를 대한다기보다는 어리고 평범한 고등학생과 마주한 기분을 들게 한다. 그러나 정슬기가 지난해 슈퍼스타K에서 보인 활약이나 최근 데뷔곡 ‘결국 제자리’에서 보여준 실력은 ''가수''임을 인정케 했다. 안정된 목소리와 신인임에도 불구하고 곡에 이입된 감정은 대중들에게 정슬기 만의 표현을 충분히 어필하고 있다는 느낌을 줬다. 실제로 정슬기는 데뷔 즈음 ‘천안함 사태’로 인해 방송 활동을 거의 하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음악사이트 상위권을 차지했다. 마케팅이나 이미지가 아닌 노래로서 인정을 받은 것이다.
데뷔 전후를 비교해달라고 하자 “지하철 타고 다니다가 매니저 오빠들이 데리러 오니까 데뷔한 것이 실감이 나요”라고 신기해하는 정슬기에게 이번 곡들은 무엇보다 의미가 있다.
“‘보란듯이2’는 제가 시도해보지 않은 빠른 비트의 노래고, 같은 소속사의 ‘블록버스터’가 피처링을 해줬는데 조피디 선배님과 했던 느낌과는 다르죠. 이번 곡은 좀더 깊이 들어갔던 것 같아요. 또 ‘결국 제자리’에는 제게 의미있는 노래죠. 요즘 나오는 트렌디한 곡보다는 저에게 어울리는, 보컬에 어울리는 노래를 찾아보고자 했던 거니까요. 그러나 무엇보다도 제 이름을 걸고 내놓은 곡이니까, 그 어떤 것 보다 소중하죠. (정규 앨범에 대한) 아쉬움은 없었던 것 같아요. 앨범이 정말 마음에 들어요. 사진도 이렇게 이쁘게 나올지 몰랐고요. 저를 많이 배려해주시고 작업했던 것 같아요”
슈퍼스타K 출신으로 소속사와의 계약, 데뷔 준비, 조피디 곡 피처링 등 정슬기의 하나하나가 알려질 때마다 대중들의 관심을 끌었지만, 호의적인 반응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지속적으로 악플이 달리기 시작했고 급기야는 소속사 대표인 라이머가 강력하게 대처하겠다는 반응까지 보였다. 당시 라이머는 “어린 나이이고, 데뷔도 하지 않았는데 무책임한 악플로 슬기가 상처받는 것을 두고볼 수 없다”는 격한 반응까지 보였었다. 정슬기의 심정은 어땠을까.
“제가 슈퍼스타K로 제 이름을 알렸고, 당시 이미지가 좋았잖아요. 그때는 악플이 없었어요. 그런데 프로의 세계에 들어오니까 저를 보는 시선이 날카로워지더라고요. 물론 제가 잘못하면 당연히 그런 지적은 받아들여야하죠. 하지만 데뷔도 하기 전에 처음 들었던 말이 슈퍼스타K 효과가 없어지면 소리소문 없이 사라진다는거에요. 또 성상납 이야기도 많이 나왔어요. 착하니까 기획사에 휘둘린다는거죠. 어느날은 기사의 악플 한 페이지를 다봤어요. 지금은 무덤덤해졌지만, 그때는 많이 놀랐어요”
어떤 누리꾼은 정슬기의 슈퍼스타K 당시 모습과 지금 모습을 비교하면서 ‘성형설’까지 제기했다. 그러나 당사자는 물론 소속사 관계자들은 이를 부인했다. 살이 빠지고 데뷔 준비하는 과정에서 ‘연예인스럽게’ 메이크업을 한 것이 그렇게 비춰진 것이다.
“전의 모습하고 지금 모습하고 많이 다르다고 느끼시는 것 같아요. 살은 뺐지만 성형은 안했죠. 인터넷에서 제 이름 연관 검색어에 ''정슬기 성형''이 나온다고 해서 저도 한번 쳐봤어요. 어느 성형외과에서 제 기사를 올려놨더라고요. 그것을 대표님에게 이야기했는데, 그냥 신경쓰지 말라고 하시더라고요. 아마 그것이 사람들에게 퍼지면서 ‘성형설’이 나온 것 같아요”
인터뷰를 하다보니 ‘성형설’이 제기될 만도 했다. 과거 슈퍼스타K에서 나올 때는 20살의 평범한 모습이었지만, 지금은 가수가 아니라 연기자 느낌마저 풍기는 얼굴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배우 기획사에서 연락이 오기도 했지만, 가수로서의 길이 아니기에 거절하기도 했다. 하지만 자신이 가수가 되었다는 것, 그리고 자신의 노래가 길에서 들려온다는 것은 아직 실감이 나지 않는 모양이다.
“‘보란듯이2’는 안무실에서 안무 연습할 때 정말 많이 들었던 곡인데도 불구하고 길거리에서 들으니 신기하더라고요. 끝까지 서서 들었어요. 그런데 제가 부른 곡인데, 사람들이 그 곡을 들으면서 그 앞에서 서있는 저를 못 알아보는 것도 재미있었고요”
슈퍼스타K 출신들은 종종 일종의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한다. 자신들이 잘해야 2회, 3회에 나오는 지원자들이 좀더 큰 꿈을 가질 수 있다고 전한다. 다른 슈퍼스타K 출신 신인 가수들과 마찬가지로 정슬기가 내딛는 한발한발에 사람들의 관심도 높아질 수 밖에 없다. 그러기에 여린 모습에서 “이은미 선배님의 무대 위 카리스마를 닮고 싶어요”라는 당찬 모습이 단순히 신인의 패기만을 아닐 듯 싶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유명준 기자 neocross@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