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人터뷰] 작가-배우-감독…구혜선 ‘요술’ 어디까지

[쿠키人터뷰] 작가-배우-감독…구혜선 ‘요술’ 어디까지

기사승인 2010-06-15 12:39:00

[쿠키 연예] 배우 구혜선이 감독 구혜선으로 변신하면서 <요술>을 부렸다. 사랑을 중심으로 음악을 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스크린으로 옮겼다. 쉽지 않은 작업인 ‘음악 영화’에 도전한 것이다. 그것도 혼자서 연출, 각본, 음악, 배우 등 1인 4역을 소화해냈다. 스스로도 미쳤다고 생각하면서 작업을 했고, 다른 사람들의 시선 또한 곱지 않았다. 그런데 결국 영화 작업은 마무리됐고 6월 24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그리고 사람들은 감독 구혜선이 아닌, 배우 구혜선이 ‘감독’ 역을 어떻게 했을까라는 선입견을 발동시키기 시작했다. 구혜선은 스스로 어떻게 생각할까.

“감독하면서도 저 스스로 미친 것 같다고 말하기도 해요. 전 제가 연기자가 될 줄은 몰랐어요. 어릴 적 음악을 하고 미술을 하고 또 어떻게 하다보니 연기자가 되고 시나리오를 쓰게 됐죠. 그러다가 만든 것은 단편영화 <유쾌한 도우미>에요. 그 과정을 겪다보니 마치 제가 미술을 하고 음악을 하고 글을 쓴 것이 이 연출을 하기 위해서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죠. 그런데 제가 너무 이른 나이에 감독을 한다고 보는 부분은 아쉬워요. 저이기 때문이 아니라, 나이나 경력을 먼저 본다는 것은 잘못되었다고 생각해요. 청소년들이 영화를 만든다면, 그들이 가진 생각은 그때 밖에 나오지 않아요. 하지만 사실 저는 그런 선입견을 남들로부터가 아닌 제 스스로 인정하지 않을 것 같다는 자격지심이 있었던 것 같아요. 현장 스태프들은 나를 의식하지 않고 영화를 어떻게 잘 찍을까 생각하는데, 저 혼자 어려서 제 말을 안듣는 것 같다는 생각을 가졌죠. 하지만 결국 모두 선입견일 뿐이에요”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요술>은 처음에는 예술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였다. 그러나 배우적 감성이 녹아있는 감독 구혜선에게 ‘사랑’을 빼놓고는 모든 드라마가 진행될 수 없어TEk. 어느새 구혜선은 청소년들의 사랑이야기로 그 폭을 넓혔다.

“저는 모든 이야기에 사랑 이야기가 주(主)가 된다고 생각해요. <요술>은 원래 음악, 예인들의 이야기를 그리려 했는데, 사랑없이 드라마를 진행하는 것이 무의미하다고 느꼈어요. 그러다보니 연출 의도도 사랑에 관한 이야기로 해버렸어요. 열등감, 음악 그런 것에 대한 경쟁 구도를 만들려 했는데, 사랑을 빼놓고는 이야기하기 힘든 구도더라고요. 남자의 열등감도 결국 사랑이더라고요”

<요술>은 사랑이야기이면서도 음악 영화다. 첫 도전으로는 쉽지 않은 장르다. 드라마에 힘을 주고 음악은 따로 음악 감득에게 맡겨 진행하는 여타 영화와 달리 음악 영화는 감독이 음악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으면 드라마와 배우들의 감정선을 음악 위에 올려놓을 수 없다.

“음악 영화가 어렵다고 생각하면 어려울 수 있고, 조금 얍삽할 수 있다면 그럴 수도 있는 장르에요. 대화 대신 음악으로 감정을 끌어낼 수 있는 것이 더 유리해서 접근하기 편했던 것 같아요. 음악을 따라서 스토리가 따라가요. 1시간 30분짜리 콘서트에 왔다는 기분이 들게 하려고요. 저희 영화는 음악이 먼저 만들어져 있었어요. 그 이후 시나리오와 병행을 했기 때문에 음악이 표현해주는 감정이 더 컸던 것 같아요”
<요술>은 쉽지 않은 영화다. 대중들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호흡이 중간 중간 존재한다. 툭툭 끊어지는 듯한 느낌까지 준다. 퍼즐을 맞추듯 접근한다는 생각을 미리 갖고 영화를 보지 않으면, 거북한 느낌마저 주게 된다. 사실 이는 구혜선 감독의 <요술>이 비판받는 부분이기도 하다. 배우로서의 욕심이 대중의 정서와 떨어져 존재할 수 있다는 지적이 있기 때문이다.

“일단 스토리텔링을 많이 배제시키고 구성했죠. 중간에 퍼포먼스 하나씩 넣어잖아요. 사실 대중들이 받아들이기 힘든 부분일 수 있는데, 그게 또 영화의 매력이라고 생각하고, 영화니까 가능한 것이라 보죠. 물론 초반에 집중력을 분산시키는 것도 있어요. 깊이 생각하지 않게 하는 도구들을 설치하고, 마지막에 퍼즐을 맞추도록 했죠. 아마 저는 처음에는 ‘재가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걸까’라고 고민을 했으면 하는 바람, 결말을 보여주고는 배신감을 주고싶은 바람, 그리고 나중에 집에 가면서 또 생각하는 되는 바람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한번 더 보면 이해를 할 수 있는 구조죠”

구혜선은 이번 영화를 만들면서 욕심을 부렸다. 연출 뿐 만 아니라, 음악과 각본, 그리고 출연까지 했다. 1인 4역이다. 다른 부분은 이해할 수 있다고 하더라고 직접 출연은 ‘배우’ 출신으로서 욕심이 아닐까 싶었다.

“사실 어떻게보면 욕심이 많다고 할 수도 있지만, 그런 것보다는 시간은 급하고 해야할 사람은 없었던 것이 컸어요. 내가 해야 했고, 내가 짊어져야 한 셈이죠. 그리고 출연까지 한 것은 제가 역할이 지은 (서현진)을 끌어내기 위한 도구였고 짧게 등장하는데 어떻게 부탁을 해요. 그리고 그 역할에 대한 감정은 설명하기 어려워 제가 출연한 거에요”

구혜선은 감독이라기보다는 아직은 배우가 더 잘 어울린다. 배우가 본업이고 감독은 외도라는 느낌이 컸다. 감독과 배우의 비중의 이동은 구혜선이 풀어나가야 할 부분이다.

“배우와 감독은 너무 달라요. 극과 극인 두 사람이 한 공간에서 만나는 셈이죠. 전 두 분야를 다 해봐야 된다고 생각해요. (연기자 출신으로) 전 연출 입장에서 연기자를 이해한다고 생각했는데, 현장에서는 이성적으로 변하고 욕심이 생겨요. 그런데 연기자들은 모두 감성적이거든요. 종종 감독의 이성적인 면과 배우의 감성적인 면이 충돌해요. 그래서 둘 다 해봐야 된다고 생각하는 거죠. 서로에게 권해줄 수 싶을 정도로 얻어가는 것이 많거든요”

국민일보 쿠키뉴스 유명준 기자 neocross@kukimedia.co.kr
김은주 기자
neocross@kukimedia.co.kr
김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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